CJ그룹 계열사 주가가 실적개선에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시장의 기대에 걸맞은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CJ그룹 9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21조4981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1월1일 기준 시가총액 합계 26조3007억 원보다 18% 이상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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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CJ그룹은 같은 기간 30대 그룹 가운데 사실상 가장 높은 시가총액 하락률을 보였다.
CJ그룹보다 시가총액 하락률이 높은 OCI그룹의 경우 계열사 매각과 상장폐지 등 일회성 요인으로 시가총액 합계가 크게 줄었다.
CJ그룹의 주가는 실적과도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사이 9개 상장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합계가 각각 12.6%, 1.4% 늘었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줄었다. 특히 그룹의 양대 축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CJ그룹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모든 기업에서 오너의 공백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뒤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한달 동안 10%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CJ그룹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재현 회장이 워낙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만큼 이 회장의 빈 자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부재하면서 지난 몇년 동안 CJ그룹에서 제대로 된 인사와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 CJ그룹 주가는 이재현 회장의 복귀설과 맞물려 움직였다. 지난해 8월 이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사실이 전해지자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오르기도 했다.
오너 부재로 인수합병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최근까지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승률이 높지 않다. 2015년 물류회사를 중심으로 8건의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단 1건만 성공했다.
올해 들어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시너지를 노리고 영국의 화장품브랜드 ‘더바디샵’ 인수에도 도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최근 검찰의 박근혜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이 회장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이 상반기 안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역대 최대규모의 사장단인사와 임원인사를 실시하면서 경영복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뒀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부회장,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등 이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이 승진했고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대우도 3세 가운데 최초로 임원을 달았다.
이 회장은 3월 초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여전히 현지에 머물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귀시기를 놓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건강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