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체제로 전환해 중장기적으로 자본건전성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체제의 전환은 다른 금융지주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드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 자본건전성 개선하고 대외신인도 올릴 수 있어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민영화된 뒤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금융지주체제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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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뉴시스> |
우리은행은 현재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까지 떠맡고 있어 자본비율 산정에서 불리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로 넘기면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도 지주사로 넘어가면서 우리은행의 재무적 지표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10.7%에서 11.6%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5.5%에서 16.8%로 각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할 때도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은행은 자본비율이 1~2% 개선되면 시장 조달금리가 0.1~0.2%포인트가량 낮아지는 만큼 해외채권 조달금리 및 인수합병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증권 및 보험 등 계열사를 인수합병할 때 은행 유보금을 사용하지 않고 지주사 차원에서 차입 등을 통해 자본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은행의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자본적정성 문제가 해소되면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대외신인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일 때 A1등급을 줬지만 지금은 한단계 낮은 A2등급 부여하고 있다.
◆ 다른 금융지주 및 은행과 경쟁 채비
우리은행의 자회사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우리신용정보, 우리F&I, 우리펀드서비스 등 7개사다.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비은행부문 계열사가 취약하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점과 비교된다.
다른 은행들은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CIB) 등의 사업을 증권, 보험 등 금융지주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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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의 디지털플랫폼 캐릭터인 '위비'와 사진촬영하는 모습. |
우리은행은 국내은행 가운데 디지털플랫폼을 가장 탄탄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주사로 전환한 뒤 증권과 보험 등 주요 계열사들을 인수합병하면 빠르게 협업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상 계열사 간 정보공유가 금지돼 있는 데다 인수합병을 통한 비은행 계열사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도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체제를 갖추려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의 계열사끼리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지주의 계열사끼리 쉽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금융위가 올해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는 만큼 지주사체제 전환은 다른 금융지주들과 경쟁을 펼치려면 필수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증권업과 보험업 등을 다루는 과점주주들이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증권사와 보험사 등을 인수합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을 깔아두는 셈이다.
다만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법인 설립비용과 금융지주 이후 규제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얻을 실익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은행은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지주사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