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지형에 대변혁이 일어났다. 새누리당 의원 29명이 탈당하며 새누리당의 입법 영향력은 큰 폭으로 축소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다루는 중요 상임위에서 새누리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야권의 경제민주화 입법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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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왼쪽)과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
27일 국회에 따르면 비박계 의원들의 새누리당 집단탈당으로 대부분의 상임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은 의석수가 5분의 2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전체 12명 위원 중 5명이 새누리당인 정보위원회(42%)를 제외하면 15개 상임위는 모두 새누리당 비율이 40%를 밑돈다.
상임위에서 5분의 2 의석은 입법 저지를 위한 중요한 방어선이다. 상임위 전체 위원의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특정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속처리 안건에 지정되면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 안에 자동으로 의결을 하게 된다. 이미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상 쟁점안건 처리를 위한 180석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에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를 통과한 어떤 법안이든 본회의 통과가 가능해진다.
재적 의석의 3분의 1을 지키지 못한 상임위도 여섯 곳이나 된다.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장 90일까지 쟁점 안건을 논의할 수 있다. 입법 절차를 효과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는 방안이지만 일부 상임위에서 이마저 불가능해진 셈이다.
특히 여당의 의석비율이 가장 적은 상임위원회가 법사위, 정무위, 기재위 등 핵심 상임위라는 점이 치명적이다. 20대 국회 들어 경제민주화법안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법안들을 다룰 상임위에서 여당이 더욱 위축됐다.
이번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법사위 정원의 24%, 정무위 정원의 25%만 점유하게 됐다. 기재위는 고작 19%에 그친다. 각 소위원회로 내려가면 여당 의원은 고작 1~2명에 그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상임위 진행의 키를 잡고 있는 위원장들도 이번 탈당에 참여했다. 새누리당은 기존에 8곳의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권성동 법사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김영우 국방위원장 등 3명의 위원장이 탈당했다.
특히 주요 상임위인 법사위와 정무위 위원장 이탈은 뼈아프다. 정무위의 경우 위원장인 이진복 의원과 여당간사 유의동 의원이 함께 탈당해 여당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새누리당은 개헌 저지선 100석 유지도 실패했다. 야당이 힘을 모아 개헌에 나설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19대 국회에서 야당이 시도한 필리버스터조차 불가능하다.
이미 새누리당의 세력이 크게 꺾였지만 앞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등 탈당파 가운데 이번에 탈당을 보류한 의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의원들 중에 정진석 운영위원장, 조경태 기재위원장, 신상진 미방위원장 등도 포함돼 있다. 만약 이들의 탈당까지 현실화되면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입법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혁보수신당은 여야간 이견이 갈리는 법안들을 놓고 입법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은 이미 법사위, 기재위에서 국민의당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정무위, 외교위, 국방위, 안행위 등에서 국민의당과 동수를 이뤘다.
아직 정식으로 당이 출범하지 않았지만 야당은 주요 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며 신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신당이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개혁법안에 대한 협력이 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