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리테일 신사업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GS리테일이 신사업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GS그룹 오너4세가 직접 신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등판하기도 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GS리테일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뿐 아니라 푸드스타트업, 배달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며 새 성장동력을 찾는데 분주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사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10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어바웃펫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던 허치홍 GS리테일 MD본부장 전무가 3월29일 어바웃펫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어바웃펫 이사회에 합류한 지 1년 만이다.
▲ 허치홍 GS리테일 MD본부장 전무(사진)가 어바웃펫 기타비상무이사를 3월 말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바웃펫은 GS리테일이 신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18년 50억 원을 주고 인수한 반려동물 전문 쇼핑 플랫폼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어바웃펫 지분 60.74%를 들고 있다.
하지만 어바웃펫은 GS리테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매출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적자 상태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어바웃펫의 영업손실은 2021년 155억 원, 2022년 302억 원 등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GS그룹이 지난해 3월 허 전무를 어바웃펫 이사회에 배치한 것은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오너4세가 직접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 전무의 어바웃펫 이사회 진입을 놓고 ‘구원투수 투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허 전무는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의 종질(5촌 조카)이다. 허 전무의 아버지인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이 허연수 부회장의 사촌 형이다.
그러나 허 전무는 단 1년 만에 어바웃펫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내려놨다. 허 전무가 나온 자리는 GS리테일 가공MD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기철 상무가 메웠다.
GS그룹 오너일가가 직접 등판했음에도 신사업 정상화라는 과제를 풀어내는데 성과를 내지 못해 서둘러 오너4세를 다른 자리로 돌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허 전무가 애초 어바웃펫 이사회에 합류할 때 경영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명분을 쌓아주기 위한 배려 아니냐는 해석이 GS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신사업에서 역량을 보여준다면 경영 능력을 입증한 오너경영인이라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어바웃펫은 여전히 부진하다.
어바웃펫은 2023년 매출 364억 원, 영업손실 177억 원을 봤다. 2022년보다 매출은 20.4% 줄었고 적자는 지속됐다. 영업손실 규모가 125억 원 줄어들긴 했으나 매출이 줄어든 데 따른 적자 감축이라는 점에서 수익성을 회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바웃펫을 향한 지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GS리테일은 8일 이사회를 열고 어바웃펫에 운영자금으로 대여해줬던 100억 원의 만기를 1년 연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1월 첫 운영자금 대여에 이어 현재까지 GS리테일이 어바웃펫에 빌려준 돈만 모두 170억 원이다.
문제는 어바웃펫과 같이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GS리테일의 신사업이 많다는 점이다.
GS리테일이 어바웃펫처럼 반려동물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수했던 펫프렌즈 역시 적자 상태다. GS리테일은 2021년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펫프렌즈를 인수했다.
펫프렌즈는 지난해 영업손실 153억 원을 냈다.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이어간 것이다. 매출과 거래액이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돈을 못 버는 구조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2022년 1월 550억 원을 들여 인수한 푸드스타트업 쿠캣 역시 GS리테일의 아픈 손가락 가운데 하나다. 쿠캣은 GS리테일에 인수된 2022년 영업손실 155억 원을 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69억 원을 냈다.
10여년 전 인수했던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은 아예 손해를 보고 팔아버렸다.
GS리테일은 2013년 텐바이텐을 160억 원에 인수했지만 지난해 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운영하는 백패커에 지분 전량을 20억 원에 넘겼다.
기존에 텐바이텐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려줬던 돈 100억 원가량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GS리테일이 본 손해만 24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 GS리테일은 다양한 성장동력을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이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분야는 드물다. 사진은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GS리테일의 본업인 편의점사업과 시너지를 내보려고 의욕적으로 인수했던 배달 플랫폼 요기요도 시원치 않다. 요기요는 배달의민족에 이어 배달 앱 시장 2위 플랫폼 자리를 오랜 기간 지켰지만 최근 쿠팡이츠에 밀려 업계 3위 자리로 내려갔다.
GS그룹 오너일가도 GS리테일의 신사업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GS그룹은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허서홍 GS미래사업팀장 부사장을 GS리테일의 신사업 담당 부문인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경영전략SU는 GS리테일이 경영지원본부와 대외협력부문을 합쳐 새로 만든 조직이다. 전략과 신사업부문 등의 기능을 한 데 모은 조직으로 사실상 GS리테일의 신사업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오너4세에게 맡긴 것으로 해석됐다.
허서홍 부사장은 허광수 상양인터내셔날 대표이사 회장의 장남으로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회사가 투자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차별화한 경쟁력이 미흡한 투자 기업은 지분 매각이나 축소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주류 트렌드와 고객 니즈, 회사의 사업 기반을 고려해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