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LB테라퓨틱스가 HLB와 HLB생명과학 등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신약개발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높이는 가운데 기업가치 증대에 힘을 실으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 진양곤 HLB그룹 회장(왼쪽)과 안기홍 HLB테라퓨틱스 대표가 HLB테라퓨틱스 주식을 잇따라 매입하며 기업가치 올리기에 힘쓰고 있다.
28일 안기홍 HLB테라퓨틱스 대표는 자기주식 5만3190주(0.07%), 약 2억 원 규모를 매수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안 대표는 HLB 관리총괄 부사장을 지내다 2021년 11월 HLB테라퓨틱스로 자리를 옮겨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의 자기주식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HLB테라퓨틱스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진양곤 HLB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진 회장은 17~18일 처음으로 HLB테라퓨틱스 주식 8만 주(0.11)를 사들였다. 3억 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HLB그룹 핵심 경영진이 HLB테라퓨틱스에 투자했다는 것은 회사 신약개발의 장래성에 대한 믿음으로 여겨진다.
HLB테라퓨틱스(옛 지트리비앤티)는 2021년 말 HLB그룹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주력사업은 백신 유통(콜드체인)이다. 1분기 기준으로 매출 가운데 40%가량이 백신 유통에서 나왔다. 이밖에 의료기기사업, 모터와 펌프를 비롯한 전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미국 자회사 리젠트리, 오블라토를 통한 신약개발이다. 올해 들어서는 신약개발 쪽의 움직임이 특히 활발해지고 있다.
리젠트리는 안구건조증 및 신경영양성각막염(NK) 치료제 'RGN-259'를 개발한다. RGN-259는 4월 미국 신경영양성각막염 임상3상에서 환자 투약이 시작됐다.
오블라토에서는 교모세포종 치료제 'OKN-007'의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임상2상 마무리 단계에 있는 OKN-007은 환자 생존율을 상당히 개선했다는 중간 분석결과가 7월 나왔다. 이와 함께 OKN-007'을 환자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 제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1상도 최근 시작됐다.
▲ HLB테라퓨틱스 자회사 오블라토의 후보물질 'OKN-007' 개발 현황. 교모세포종(GBM) 임상2상 환자 모집이 완료된 가운데 희귀암 뇌간신경교종(DIPG)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오블라토>
HLB테라퓨틱스는 이런 기존 후보물질들 이외에도 새로운 분야로 개발 보폭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3월 오블라토에서 유전질환 고셔병을 공략하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1월에는 HLB그룹 관계사 이뮤노믹테라퓨틱스에 대한 1500만 달러 규모 투자가 결정됐다. 항암 백신을 개발하는 이뮤노믹테라퓨틱스와 협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캐시카우인 백신 유통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6월 백신 유통기업 에스제이팜을 인수한 일이 대표적이다. 에스제이팜을 기반으로 전국적 유통망을 구축하는 한편 빠르고 안전한 운송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HLB테라퓨틱스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많지 않다. 27일 HLB테라퓨틱스 종가는 3690원으로 52주 최고가 7588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HLB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3년 전과 비교해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회사 실적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과 안 대표의 자기주식 매입은 이런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도 여겨진다.
HLB테라퓨틱스 차원에서도 기업가치 관리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100주당 3.5주 규모 주식배당을 실시했고 올해 2월에는 기존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