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가 글로벌 영토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콜 몰아주기 의혹 및 플랫폼 독과점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른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 의혹 및 플랫폼 독과점 논란이 거센 국내보다 해외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23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카카오T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류긍선 대표는 2022년을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선포했는데 올해부터 그동안 동남아시아에 집중해온 해외사업의 영토를 본격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영국 중개플랫폼 기업 '스플리트'를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영국에서 설립된 스플리트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데이터 연결을 통한 표준화를 제공해 여러 국가에서 앱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중개플랫폼 솔루션 기업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스플리트는 아시아, 북미, 중동, 유럽 등 전 세계 150개 국가에서 20억 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연결하고 있다. 우버와 그랩, 카림, 캐비파이, 트립닷컴, 부킹홀딩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고객사로 보유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해외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라오스와 괌에서는 현지 전용 카카오T 플랫폼을 구축해 직접 서비스를 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독일,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중개플랫폼을 통해 현지 모빌리티 기업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카카오T 로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류 대표는 2019년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카카오T 앱과 해외 현지 모빌리티 기업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스플리트를 선택하고 협업을 이어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10월 스플리트와 제휴를 맺고 베트남에서 카카오T 앱으로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인 '그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도 스플리트와 손잡고 유럽에서 카카오T 앱 기반의 로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부터 독일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크로아티아, 체코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본과 독일 외에도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8개 나라에서 로밍을 통한 카카오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에 협력을 이어오던 스플리트를 직접 운영함으로써 각 나라의 모빌리티 수요와 공급자 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플리트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유럽 현지에서 택시업계 네트워크를 구축해왔을 뿐만 아니라 위챗과 알리페이, 트립닷컴 등 중국의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한 스플리트의 글로벌 네크워크를 활용해 그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했던 카카오T 해외 서비스를 미국, 유럽, 중국, 중동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모빌리티업계에서는 류 대표가 해외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을 두고 지난해 선포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것과 더불어 녹록치 않은 국내 영업환경을 고려해 해외로 시선을 돌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독과점 논란에 시달렸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정지되며 택시 시장이 마비되자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줬다는 콜 몰아주기 의혹도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하며 일단락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가 넘어오는 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비판적 시선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며 강영 대응을 예고했지만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몸을 낮췄다.
류 대표는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플랫폼 독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우려하는 부분을 잘 고려해 그런 문제가 없도록 사업을 변경하는 작업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당장 국내 사업을 축소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해외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스플리트가 차량 호출뿐만 아니라 호텔, 항공 등 여행 관련 플랫폼들도 파트너사로 보유하고 있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