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구상한 ‘신세계 유니버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의 8~10시간을 점유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구상한 ‘신세계 유니버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사진은 7월5일 정용진 부회장(오른쪽)이 야구장을 방문해 신세계푸드의 캐릭터 '제이릴라'와 함께 있는 모습.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
이제 야구단 SSG랜더스를 통해 야구장뿐만 아니라 이마트에까지 고객들이 몰리게 해 시너지 효과를 확실히 입증하면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이마트에 따르면 SSG랜더스 야구단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전국 이마트에서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대규모 할인 행사인 ‘쓱세일’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쓱데이의 매출은 당초 목표의 140%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11월 3주차 금·토·일요일의 매출과 비교하면 2.1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마트 안에서도 긴 줄을 만들 게 한 삼겹살·목살은 3일 동안 33억 원어치가 팔렸다. 판매량은 모두 230톤으로 보통 한 달 동안 판매되는 양이다.
계란은 이마트가 준비한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계란 매출은 160.7% 뛰었다.
이 밖에도 행사 품목이었던 봉지라면은 5배 가량, 참치·골뱅이 통조림 등은 6배 가량, 세제·치약 등 생활용품은 4배에서 많게는 7배까지 매출이 상승했다.
실적뿐만 아니라 화제성 측면에서도 이번 쓱세일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번 행사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사 기간 이마트에서는 백화점이나 명품매장 앞에서 벌어지던 ‘오픈런’의 진풍경도 연출됐다.
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을 섰을 뿐만 아니라 매장 안에서도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줄이 또 이어졌다. 계산대 앞에서 30분 정도 기다리는 일은 예사였다.
행사 마지막 날인 20일 일부 매장에서는 '1+1' 행사가 진행된 초콜렛, 젤리 코너를 비롯해 '2+1' 행사 상품인 봉지라면의 매대가 텅 빌 정도였다.
▲ '쓱세일' 행사 마지막 날인 20일 오후 7시경 이마트 자양점의 봉지라면 매대가 거의 비어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본업인 이마트와 SSG랜더스의 시너지 효과를 확실히 입증한 쓱세일은 정 부회장이 원하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앞서 정 부회장은 야구단 SSG랜더스를 인수하면서 본업과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이같은 정 부회장의 의지에도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이마트와 SSG랜더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모두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지만 야구와 본업을 연결해 성과를 낸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같은 의구심은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쓱세일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런 의구심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번 쓱세일이 정 부회장의 바람대로 신세계그룹만의 스토리를 구축하는 데 보탬이 됐다는 점은 더 큰 소득이다.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다시 한번 정 부회장의 야구사랑이 화제가 됐고, 대규모 세일로 야구팬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내년에 SSG랜더스가 또 우승하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야구단의 우승을 통해 이마트의 고객을 늘리고 이마트의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SSG랜더스의 팬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 셈이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이 말한 스토리텔링을 통한 ‘락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SG랜더스 한국시리즈 우승기념 행사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는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그는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며 짧은 소감을 남겼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
신세계그룹은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이용해 향후 이같은 ‘신세계 유니버스’를 더욱 공고히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주 더밀크코리아 대표는 14일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야구단이 신세계그룹의 마케팅 전략을 시험해보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단지 야구장에 식당을 입점하는 데 그쳤는데 신세계는 직접 야구장 안의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이를 하나의 마케팅 실험장소로 만들고 관련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SSG랜더스가 올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2022년 야구 시즌에 SSG랜더스의 홈구장 관중 입장객은 100만 명에 이르렀다. 소비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된 것이다.
SSG랜더스필드에는 이마트의 자회사인 SCK컴퍼니가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버거, 편의점 이마트24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를 활용한 협업의 폭을 온라인 계열사까지 확대하면서 온라인에서도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SG닷컴과 지마켓은 야구팬들에게 SSG닷컴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특별 제작된 SSG랜더스 유니폼을 판매하는 등 SSG랜더스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야구와 유통을 연계한 마케팅 활동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