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tvN 드라마 ‘작은아씨들’의 주인공 오인경(남지현 분)은 어느 날 100억 원 대 빚을 물려받게 된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고모할머니 오혜석은 세 자매 앞으로 280억 원에 달하는 자산과 함께 360억 원의 부채도 유산으로 남겼다. 

합쳐보면 빚만 120억 원인 상황. 다른 사람들은 상속을 포기하지만 오인경은 오혜석의 재산을 상속받겠다고 말한다. 오인경은 왜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될 상속을 받기로 결정한 것일까. 그 결정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이처럼 드라마 소재로 자주 다뤄지긴 하지만 상속과 관련된 사안은 지극히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사다.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기 쉽지 않기에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다. 

상속 재산 규모가 크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고인이 쓰던 자동차나 휴대폰은 상속 대상인가. 맞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 상속 문제를 정리해야 할까. 의문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상속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고윤기·김대호 변호사가 쓴 책 ‘상속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을 보면 상속 대상 별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상세하게 나와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는 미납요금을 모두 변제한 뒤 한정승인 목록에서 빼는 것이 유리하다. 채무변제는 단순승인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유산으로 대포차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포차는 명의이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운행하는 차량을 말하는데 이를 상속으로 물려받을 경우 말 그대로 ‘애물단지’가 된다. 

차량을 빨리 찾아서 명의를 이전해야 하는데 차량을 회수하지 못하면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은 차량이 폐차될 때까지 책임보험료, 자동차세, 각종 과태료 등을 떠안아야 한다. 대포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사고라도 내면 상속인이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처럼 ‘상속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은 장례 이후 당사자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 상황은 물론 특이한 상황까지 모두 모아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저자들은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상속과정에서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이면서도 대단히 쟁점이 많은 분야지만 민법 교과서에는 한두 쪽만 나와 있고 관련 전문 서적도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책은 이론적 지식은 물론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만 일반 서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비결은 ‘현장’에서 나왔다.

저자들은 3년 전 상속 관련 전자책을 출판했는데 이후 저자들에게 한정승인 및 상속포기와 관련된 복잡하고 선례가 없는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저자들이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한 만큼 책은 짜임새 있게 전개된다.

당사자에게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중 어떤 것이 유리한지, 재산목록은 어떻게 작성하는지, 재산은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 등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관한 절차가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법에 관한 책이지만 법조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컨대 아버지의 재산 내역을 아예 모르고 있어 통장 내역을 확인하려는 상속인에게 책은 행정안전부의 ‘사망자 및 피후견인 등 재산 조회 통합 처리 신청(안심상속)’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탄탄한 이론과 판례도 볼거리다. 특히 책 말미에 담긴 50여 쪽에 달하는 부록은 대부분 원문 그대로의 판례로 구성돼 있다. 

책에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 실제 신청 서식과 민법 ‘상속편’ 전체 조문도 실려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최신 민법 개정안까지 반영했다. 

저자 고윤기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를 신청하려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을 썼다"며 "특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법률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대포차, 핸드폰, 양도소득세 등의 문제까지 최대한 자세하게 다뤘다"고 말했다.

그는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필요한 상황에서 주위에 말하지 않고 있다가 신청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만일 문제가 될 상황에 처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받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