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이-프리)’ 15라운드 예선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들이 눈 깜짝할 사이 서킷을 돌고 밖으로 나갔다.
‘쉬우웅.’ 전기차 특유의 굉음 소리를 내며 달리는 경주차 뒤로는 ‘하나은행’ 이름이 잊을 만하면 나타났다.
하나은행이 친환경 글로벌 전기차 경주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고 했을 때 물음표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장을 직접 찾아보니 확실히 하나은행이 단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실천만을 이유로 글로벌 친환경차 경주대회를 후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13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 주경기장은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이-프리)’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흐린 날씨 탓인지 인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나 손을 꼭 붙잡은 커플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포뮬러E 2021~2022’ 시즌의 마지막 라운드가 펼쳐졌다.
포뮬러E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최하는 전기차 경주대회다.
인파가 적어 아쉬움이 크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이런 생각도 싹 사라졌다.
▲ 13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이-프리)’ 15라운드 본선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
하나은행의 영문 이름인 ‘Hana Bank’가 전광판에 떠오를 때마다 세계 곳곳에서 경기 중계를 보고 있을 팬들에게 크든 작든 하나은행을 알리는 효과가 나겠구나 싶었다.
포뮬러E는 세계적 대회인 만큼 후원에도 세계적 기업들이 참여한다. 이날 경기만 해도 하나은행과 함께 보쉬, 태그호이어, 미쉐린, 알리안츠, 보스, 하이네켄, DHL 등 기업 이름이 광고판에 쭉 올라가 있었다.
이런 기업들이 이미 각 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다지고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하나은행으로서는 이들과 함께 이름이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인지도 제고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대회가 앞으로 5년 동안 열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내에서 자동차 경주대회를 향한 관심 자체가 높지 않고 포뮬러E도 처음 열렸지만 해를 거듭해 열리면서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는다면 국내에서도 대회 후원을 통한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는 하나은행의 이미지 변신에도 어느 정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은 금융사 하면 보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데 전기차 경주대회를 후원함으로써 젊고 역동적 이미지도 가져갈 수 있다.
▲ 13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 밖에 하나은행 현수막이 걸려 있다. |
하나은행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대로 친환경차 경주대회 후원은 ESG 경영 성과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포뮬러E는 기존 포뮬러1과 달리 경주차에서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대회가 서킷이 아닌 도심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서울 이-프리는 종합운동장 서킷을 이용했지만 보통 다른 해외 대도시에서는 도심에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날 15라운드 경기는 재규어 TCS 레이싱팀 소속의 미치 에반스가 우승하면서 막을 내렸다.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시즌 마지막 라운드 경기는 14일 열린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