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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전력도매가격 상한제에 한숨 돌려, 근본적 해법은 전기료 인상뿐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5-24 16: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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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극심한 재무 위기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됐다.

정부가 전력거래가격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다만 정승일 한전 사장은 여전히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에 변화가 없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전 전력도매가격 상한제에 한숨 돌려, 근본적 해법은 전기료 인상뿐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 행정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국제 연료가격 상승으로 전력도매가격의 급등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전력산업 전체의 유동성 위기 및 전력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전기소비자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한국전력공사가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특별히 급등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결정으로 가격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직전 3개월 동안의 전력도매가격 평균이 이전 10년(직전 4~123개월) 동안의 월별 전력도매가격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때 상한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상한가격은 직전 4~123개월 가중평균 계통한계가격에 1.25를 곱한 값으로 1개월 동안 적용된다.

현재 전력도매가격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상한제가 도입되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력도매가격은 전력시장 개설 이후 최고치인 kWh당 202.1원까지 올랐다.

5월 들어 한국가스공사가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낮추면서 전력도매가격은 kWh당 140원 대로 낮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전력도매가격이 kWh당 79.1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도매가격은 여전히 평소보다 크게 올라있는 상태다.

현재 한전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도 한계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전력구매 대금의 정산도 한 차례씩 미뤄 외상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을 정도이다.

특히 전력 수요가 높은 여름철 성수기가 가까워질수록 전력도매가격의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전력도매가격 상한제가 시행되면 한전으로서는 당장 전력 구매를 위해 결재해야 하는 금액의 부담이 줄어든다. 그 만큼 현재의 재무 위기에 따른 압박 강도가 많이 낮아질 수 있다. 한전의 재무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상한제 도입만으로 한전의 재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한전이 전력을 비싸게 사서 싸게 공급하는 상황은 여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적용 시점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올해 하반기에 상한제가 적용되면 전력도매가격의 상한은 최근 10년 평균 전력도매가격인 KWh당 106.13월에 1.25배를 곱한 kWh당 130~14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한전이 전력을 공급할 때 받는 가격인 전기요금은 올해 3월을 기준으로 kWh당 평균 110.4원이다.

올해 4월부터 전기요금이 kWh당 6.9원 인상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여전히 전력도매가격의 상한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전기요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되지 않는 한 여전히 한전은 밑지고 전기를 팔아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기회 삼아 전력시장에서 전력도매가격 및 전기요금의 결정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요금 결정의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항과 교수는 18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전력산업연구회 주관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및 과제’ 세미나에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10년 동안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전기위원회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 전기요금의 독립적 결정과 전력도매시장의 개선방향 제시 및 이행점검 등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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