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24일 핵심계열사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가 2025년까지 63조 원을 투입해 전동화와 친환경, 신기술, 기존사업 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투입할 13조 원까지 포함하면 2025년까지 국내와 미국에서 모두 76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5월에만 4차례에 걸쳐 잇달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8일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2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21일 미국 현지에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등을 위해 약 7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더해 정 회장은 22일 추가로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등과 관련해 미국에 6조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24일에는 현대모비스까지 포함한 주요 계열사 3곳의 종합적 국내 투자계획을 내놨다. 여기에는 18일 발표한 전기차 관련 국내 투자분이 포함됐다.
이달 발표한 총 76조 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현대차그룹의 연간 매출(약 180조 원)의 40%가 넘는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E-GMP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줄곧 “지금껏 내연기관차 시대에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며 “경쟁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 성능과 가치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선두업체)’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투자계획은 정 회장이 기차 및 미래 신기술 등의 분야에서 기술 주도권을 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24일 발표한 국내 투자에서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와 미래모빌리티 등만 살펴보면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2025년까지 4년 동안 25조1천억 원을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에 투자한다. 여기에 미국 전동화 및 미래기술 투자까지 더하면 약 38조 원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 자동차회사들의 투자 규모에 필적할 만한 규모다.
폴크스바겐과 제네럴모터스(GM), 포드, 토요타 등 세계적 자동차회사들도 현재 전기차에 사활을 걸면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이 이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그룹 가운데 폴크스바겐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2026년까지 미래차 기술에 870억 유로(약 116조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투자규모는 폴크스바겐을 제외하면 나머지 완성차 회사들에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한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에 4조 엔(약 39조2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비슷하지만 투자 기간이 현대차그룹보다 길다. 현대차그룹이 더 빠르게 전기차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확산 과정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 합산 판매량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며 “3위인 포드와 판매량에서 2배가 넘게 차이나 전기차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미국 등 현지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을 놓고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미국 현지 투자는 일본차 브랜드의 미국 투자와 비교하면 공격적 행보”라고 바라봤다.
유 연구원은 “이미 현대차그룹은 일본차 브랜드들과 비교해 전기차 플랫폼 구축에 최소 1년~1년6개월 앞서 있다"며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해외진출 가속화 및 배터리 수직계열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