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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ARM 매각과 상장 모두 험난, SK하이닉스 인수 불투명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2-05-17 14: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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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ARM 매각과 상장 모두 험난, SK하이닉스 인수 불투명
▲ 르네 하스 ARM CEO.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르네 하스 CEO가 앞으로 ARM의 상장 또는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ARM 등 반도체기업을 향한 세계 각국 규제당국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반도체시장 지형도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SK그룹 또는 SK하이닉스가 ARM 인수를 추진하는 일도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17일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ARM이 내년 초 기업공개(IPO) 목표를 앞두고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기술주의 가파른 하락세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포천은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 상장에 낙관적 목표를 앞세우던 상황에서 주가 하락과 반도체 공급망 훼손,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쟁 심화로 악재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ARM의 상장 때까지 이런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해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도록 이끄는 일이 올해 2월에 새로 취임한 르네 하스 CEO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르네 하스 CEO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ARM은 클라우드 서버와 5G통신, 전기차 등 신사업에서 좋은 기회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서 이런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RM이 ‘반도체업계의 스위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퀄컴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에 모두 기본이 되는 설계기술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객사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마다 자연히 ARM의 설계기술이 적용되는 영역도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 신산업 성장에 따른 수혜가 개별 반도체기업보다 훨씬 크게 돌아올 수 있다.

다만 하스 CEO는 반도체 설계 기술 고도화로 신규 반도체 출시 빈도가 이전보다 줄어들어 ARM의 기술 라이선스 실적 둔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ARM이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면 이익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사업 구조와 시장 변화에서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ARM이 고객사에 제공하던 반도체 설계 기술이 모바일 프로세서에 집중되어 있어 미래 성장성이 높은 서버용 반도체 고객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스 CEO는 소프트뱅크가 다른 반도체기업에 ARM을 매각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에 상장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와 신사업 진출 확대에 힘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프트뱅크는 ARM을 320억 달러에 매각한 뒤 지난해까지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 규모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주요 국가 경쟁당국의 독점금지규제에 부딪혀 매각이 무산됐다.

하스 CEO는 엔비디아에 ARM 매각이 무산된 여러 원인 가운데 지정학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며 주요 국가 경쟁당국이 공급 차질 리스크를 과거보다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단 몇 개의 기업이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독점하는 체제를 구축한다면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 ARM 매각과 상장 모두 험난, SK하이닉스 인수 불투명
▲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결국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이외에 ARM의 다른 인수후보를 찾더라도 그 주체가 반도체기업이라면 독점금지규제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매각을 추진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SK그룹은 현재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ARM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 여력과 독점금지규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해외 반도체산업을 견제하는 기조가 강화되고 반도체 공급차질 방어에도 더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ARM 인수 시도가 어떤 형태로 이뤄지더라도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스 CEO가 포천과 인터뷰에서 ARM의 재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도 SK그룹과 SK하이닉스 측에서 ARM 인수 계획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ARM의 상장이 목표한 시점에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SK하이닉스 등 다른 인수 후보가 발을 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포천은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의 분석을 인용해 기술 라이선스를 중심으로 하는 ARM의 사업 형태가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1년도 남지 않은 상장 시기까지 투자자들에게 ARM의 미래 성장성을 증명하고 손 회장이 만족할 만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가트너는 ARM의 데이터센터 분야 신사업도 눈에 띄는 실적 증가와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기 역부족일 수 있다며 연구개발에 투자할 자금 여력도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소프트뱅크가 ARM 상장에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진다면 상장 시기를 늦추거나 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상장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ARM을 인수하는 기업에서 사들여야 하는 지분 규모도 상장을 전제로 했을 때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소프트뱅크가 다른 인수 후보와 ARM의 재매각 가능성을 활발하게 논의하기보다 당분간은 성공적으로 ARM의 기업공개를 이뤄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하스 CEO는 손 회장이 자신에게 ARM 상장과 관련해 일주일에 몇 번씩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ARM의 진정한 잠재력을 알리는 데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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