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7' 시리즈.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픽셀’ 브랜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자체 설계한 프로세서 탑재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구글 모바일 프로세서뿐 아니라 앞으로 출시될 증강현실 기기 및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구글은 12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하반기에 출시하는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7’ 시리즈 스마트폰 출시 계획과 디자인을 공개했다.
픽셀7의 구체적 사양은 밝히지 않았지만 구글이 자체 기술로 설계한 프로세서 ‘텐서’ 2세대가 탑재된다는 점이 예고됐다. 2023년 출시되는 픽셀 태블릿PC에도 텐서 프로세서가 쓰인다.
구글은 “픽셀은 차세대 텐서 프로세서를 통해 개인에게 더 맞춤화된 기능과 보안, 음성인식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 및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기술에 구글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구글이 이날 정식으로 공개한 중저가 스마트폰 픽셀6a와 지난해 선보인 픽셀6 시리즈는 모두 텐서 1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구글이 차기 텐서 프로세서 생산에도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을 유지할 지, 아니면 TSMC에 생산을 맡길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텐서 1세대 프로세서는 삼성전자의 5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활용해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자체 기술로 처음 개발한 프로세서 생산을 TSMC가 아닌 삼성전자에 맡겼다는 점은 그만큼 초반부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구글이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배경으로 꼽힌다.
TSMC가 애플 등 구글의 경쟁사 프로세서를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구글은 결국 텐서 프로세서의 위탁생산을 계속해 삼성전자에 맡기게 될 이유가 크다.
결국 삼성전자가 구글을 위탁생산 주요 고객사로 유지하면서 파운드리사업 성장에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구글의 자체 설계 모바일 프로세서 '텐서' 이미지. |
구글의 픽셀 브랜드 스마트폰 판매량을 고려하면 텐서 프로세서 자체의 물량은 퀄컴 등 다른 고객사와 비교해 적은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글이 앞으로 출시할 증강현실 기기와 자율주행 반도체, 서버용 반도체 등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구글과 삼성전자가 오랜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구글의 자체 반도체 설계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뿐 아니라 설계 기술 측면에서도 힘을 합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강조하며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결국 이를 구동할 수 있는 '두뇌' 역할을 하는 자체 프로세서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다.
반도체 전문매체 에이낸드테크는 구글 텐서 1세대 프로세서가 삼성전자 ‘엑시노스2100’ 프로세서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글이 앞으로 선보이는 자체 개발 프로세서도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생산기술에 크게 의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대형 IT기업인 구글을 안정적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은 다른 고객사들에도 파운드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상징적 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크다.
WCCF는 구글이 픽셀7에 적용하는 텐서 2세대 프로세서를 5나노 또는 4나노 미세공정 기반으로 생산해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텐서 2세대 프로세서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픽셀7이 출시되는 올해 가을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