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1금융권인 우리은행에서 600억 원대 초유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년 여에 걸쳐 일어난 사건인 만큼 역대 은행장 등 전현직 경영진은 물론 회계법인이나 금융당국도 관리감독의 책임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일어난 대규모 횡령사건에 따른 여파가 우리은행은 물론 감사 회계법인과 금융당국, 정치권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을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횡령과 관련한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사를 통해 내부통제 제도의 어떤 허점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중점적으로 검사하겠다"며 "내부통제를 운용하는 사람이 전문가로서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면 그에 대해서도 사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건이 알려진 28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긴급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감사를 진행해 왔던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은 당시 외부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회계법인은 회계감사에서 (현금)시재가 확실히 존재하느냐 재고자산이 존재하느냐를 꼭 봐야 한다"며 "어떤 이유로 그것들이 조사가 잘 안됐는지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횡령기간에 우리은행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안진회계법인이다. 안진회계법인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의 외부감사를 맡아왔다. 감사의견은 모두 '적정'이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에 대한 중점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관련된 관리책임 문제가 나타난다면 횡령기간 은행장을 지냈던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말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은행의 내부통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횡령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내부통제제도의 미비”라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이 부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A씨는 2012년 10월12일, 2015년 9월25일, 2018년 6월11일 등 3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614억5214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예치금 반환 준비과정에서 해당 건을 발견해 경찰에 고발조치했으며 이후 A씨와 공범으로 파악되는 A씨의 동생이 모두 자수한 상태다.
우리은행 측은 "자금인출 정황이나 계좌 관리 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조사가 진행되는 대로 알릴 예정이다"며 "횡령금액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손실금액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