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져봐야 비로소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이 늘 마음에 품고 다니는 워렌 버핏의 말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증시 부진으로 '물에 빠질' 증권사가 여럿 일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증권사 최초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달성을 이뤄냈지만 올해 증시 침체에 대비해 투자금융(IB) 강화라는 '수영복'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으로 투자금융부문 강화가 꼽히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2년 증권업계 이익은 증시 약세에 따른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의 부진으로 감소할것"이라며 "이에 투자금융부문의 기여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최 회장은 올해 증시 부진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투자금융 부문 강화에 힘을 쏟을 준비를 하고 있다.
증시 부진이라는 악재는 자신이 밝힌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의 도약이라는 미래에셋증권 비전을 앞당기는 전화위복의 계기도 될 수 있다.
투자금융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은 일찌감치 마쳤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대대적 조직개편과 주요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2총괄 16부문 체제를 5총괄 19부문으로 개편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IB총괄은 IB1총괄과 IB2총괄로 나눴고 글로벌부문을 IB1총괄 산하에 배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법인과 해외법인의 시너지를 통해 투자금융(IB)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조직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가로막혔던 해외투자를 재개하고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증시 침체에 다른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의 감소에 대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국내 증시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0조3천억 원으로 줄었고 2월 들어서는 18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월 42조 원까지 치솟았던 일일 거래대금은 1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증권업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금융부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는 곳으로 꼽힌다. 2021년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 13곳과 해외사무소 3곳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시 호황에 따른 위탁매매수익 증가에 힘입어 2020년에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에 영업이익 1조4858억 원, 순이익 1조1872억 원을 올렸다. 2020년보다 영업이익은 33.01%, 순이익은 42.29% 증가했다.
2019년 2288조 원에 불과했던 연간 증시 거래대금은 2020년 5709조 원, 2021년 6769조 원으로 대폭 늘었다.
덕분에 미래에셋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은 2019년 2657억 원에서 2020년 5745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2021년 3분기까지는 4948억 원을 기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