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전국 광역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2022년 광역시 중심으로 조 단위 도시정비사업을 따내 4년 연속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를 위해 광역시 최대 규모 도시정비사업에서 디에이치를 잇달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입지’와 ‘상품성’을 만족하는 광역시 최대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에 디에이치를 적용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윤영준 사장의 이런 전략이 성공한다면 광역시 도시정비사업에서 조 단위 신규수주 달성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최근 공사비가 8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 최대 재개발사업인 장대B구역(2900세대)에 디에이치를 제안했다.
장대B구역 재개발조합이 오는 26일 열리는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 ‘서울 밖’ 지역에 최초로 디에이치가 적용되는 셈이다.
또한 사업비 1조8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주 광천동 재개발사업(5611세대)에도 디에이치를 조합 쪽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5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디에이치가 적용된 사례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디에이치클래스트)과 한남3구역 재개발(디에이치한남) 두 곳 뿐이다.
이에 하이엔드 브랜드 희석 우려에 따라 광천동 재개발사업에 힐스테이트를 적용할 것이란 시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조합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고 있는 만큼 윤 사장이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은 앞서 2015년 DL이앤씨 컨소시엄이 수주했으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조합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난해 5월 계약이 해지됐다.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으로 공사비가 높아지더라도 아파트 미래가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광천동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아파트 가치 상승을 위해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조합원들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이처럼 광역시 대어급 도시정비사업에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것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지닌 다른 건설사들에서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2021년 3월14일 부산 남구 대연4구역(대연비치) 재건축(1374세대)에 ‘푸르지오써밋’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어 같은 해 3월29일 DL이앤씨도 부산 우동1구역 재건축(공사비 5500억 원, 1481세대)에 ‘아크로’를 제안해 수주를 따냈다.
현대건설은 대외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기준을 밝힌 유일한 건설사다.
6대 광역시 가운데 우수한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사업지라면 적용할 수 있다는 기준이 있는 만큼 윤 사장은 광역시 최대 규모 도시정비사업에 디에이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적용 여부를 두고 브랜드심의위원회를 통해 엄격히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브랜드가치 희석에 관한 우려는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광역시 최대 규모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필승카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해 올해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5조5499억 원을, GS건설은 5조1437억 원의 도시정비 신규수주를 올리며 연말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GS건설은 이날 현재까지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6224억 원), 불광5구역 재개발(6291억 원), 부산 구서5구역 재건축(2659억 원) 3곳을 따내며 1조5174억 원의 도시정비 신규수주를 달성했다. 1조 원의 문턱을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현대건설의 추격전도 이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앞서 1월30일 대구 봉덕1동 우리주택 재개발사업(3천억 원)을 통해 마수걸이를 했다.
25일 서울 용산구 이촌 강촌아파트 리모델링(4700억 원), 26일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 등 수주가 유력해 곧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