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편의점 이마트24를 더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편의점업계가 출점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맺은 자율협약이 신규 출점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그동안 이마트24는 외형 성장이 더디게 진행됐는데 정 부회장은 편의점업계 경쟁에서 더이상 뒤쳐져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가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이번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에 유력한 경쟁자인 롯데그룹이 참여하지 않아 이마트24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바라본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이온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8년에도 매각이 추진됐지만 이온그룹이 낮은 가격을 이유로 매각을 백지화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본입찰에서 4천억 원대 중반의 가격을, 신세계그룹은 3500억 원 수준의 입찰가를 써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에는 이마트24와 넵스톤홀딩스, 앵커PE, 유니슨캐피탈 등 4~5곳이 뛰어들었다.
올해 한국미니스톱의 매각가격은 2천억~3천억 원대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3년 전 예상가격보다 절반 가까이 내려간 것이다.
한국미니스톱은 지난 회계연도(2020년3월~2021년2월) 기준 영업손익이 적자전환한 데 이어 1년 전보다 순손실 규모도 10배 이상 늘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점포 수가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편의점사업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본다.
때문에 정 부회장은 미니스톱 인수를 통한 편의점 점포 수 확대가 이마트24의 경쟁력 확대에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마트24는 근거리 신규 출점 제한 자율규약 등으로 인해 점포 수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면 계약 만료를 앞둔 가맹점의 재계약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점포 수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하더라도 세븐일레븐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30일 기준 이마트24 점포 수는 5705개에 이른다. 미니스톱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03개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이마트24와 미니스톱의 점포 수를 더해도 세븐일레븐(1만501개)보다는 여전히 2천여 개 적다.
하지만 이마트24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한 최소 점포 수 5천 개를 이미 지난해 말에 확보해 전열을 정비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와인 특화 매장을 도입하거나 자체브랜드 상품 및 주식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는 등 경쟁 편의점과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마트24가 내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바라본다. IBK투자증권은 이마트24가 올해 매출 1조9299억 원을 거두고 1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24는 2020년 매출 1조6262억 원, 영업손실 219억 원을 냈다. 2019년보다 매출은 20% 늘어나고 영업손실은 22% 감소하는 등 실적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24가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미니스톱 인수로 규모를 더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편의점업계 일각에서는 이마트24 모회사인 이마트의 자금여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3196억 원 수준으로 정 부회장이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마트와 이마트24 관계자는 다만 “인수전과 관련해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