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회장이 생수로 국내와 중국시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신 회장은 농심의 생수브랜드 ‘백두산 백산수’를 신라면을 잇는 글로벌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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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
농심이 지난 18일 백두산에서 백산수 신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공장을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천억 원을 투자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인근에 위치한 기존 공장과 합쳐 연간 125만 톤의 생수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신춘호 회장에게 생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국내와 중국에서 성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제주도 삼다수’를 빼앗긴 아픈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수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1~4월 이마트의 음료매출 중 생수가 22.7%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이마트 음료매출에서 생수가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생수시장은 올해 시장규모가 6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14년 동안 키운 삼다수의 유통권을 2012년 광동제약에게 빼앗겼다. 농심은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판권유지를 위해 강력히 대응했지만 실패했다.
신 회장은 1998년 생수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예상하고 삼다수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 회장은 삼다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삼다수는 1998년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유통강자 농심을 등에 업고 3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삼다수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삼다수는 농심에게 매년 2천억 원가량의 매출을 안겨준 효자상품이었다. 그렇게 키운 삼다수가 떠나자 전체매출의 5%가 줄었다.
이후 생수시장을 다시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만든 것이 바로 백산수다. 당시 백산수는 중국시장에서만 유통되고 있었으나 2012년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신 회장은 백산수로 중국시장도 잡으려 하고 있다. 백두산 화산암반수는 20여 종의 천연 미네랄을 함유해 세계 3대 생수 수원지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특히 차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생수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에 수돗물이나 냇물을 길어서 차를 타 마셨지만, 요즈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먹는 샘물을 끓여 차를 타 마시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음료 생산량의 45%가 넘는다. 성장률도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신 회장은 백산수의 이름도 직접 정할 만큼 생수사업에 애착을 보인다. 백산은 한국과 북한에서 부르는 ‘백두산’과 중국에서 부르는 ‘장백산’에서 따온 약칭이다. 한국명인 ‘백두산’을 중국시장에서 사용했을 경우 자칫 초래할 수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반감을 미리 경계해 이름을 지었다. 시작부터 글로벌시장을 노렸다.
다만 중국의 소득수준이 낮아 여전히 저렴한 물을 선호하는 것은 걸림돌이다. 아직까지 중국의 생수시장은 지하수를 걸려 병에 넣은 물 위주로 형성돼 있다.
농심은 지난해 200억 원이었던 백산수 매출을 올해 50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공장의 생산이 본격화되면 2017년까지 2천억 원으로 매출을 4배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다양한 판촉 활동도 벌이고 있다. 농심은 백두산 백산수의 매출 견인을 위해 대형마트 시음행사, 미국 프로야구 중계 가상광고와 국내 프로야구가 열리는 잠실과 목동구장 내 광고판을 내거는 등 전방위적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