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중견건설사인 성정의 품에 안겨 다시 하늘을 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성정의 오너인 형남순 회장은 그동안 자금 동원력에 자신감을 보여왔던 만큼 이스타항공의 빠른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금동원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형남순 대국건설산업 대표이사 겸 백제컨트리클럽 대표이사 회장. |
12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스타항공이 재운항을 위해서는 성정이 납부하기로한 매각대금 1087억 원을 제외하고 약 1천억 원에서 150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운항증명서(AOC)를 다시 취득해야할 뿐만 아니라 항공기를 다시 대여해야 하고 매월 약 500명 가량의 직원들 급여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의 운항증명서를 발급하기 앞서 인수자인 성정의 자금요건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형 회장의 자금동원력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형 회장은 그동안 자금 조달을 두고서는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는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결정했을 때부터 자금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지켰다.
형 회장의 개인자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업계와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그가 20년 이상 중견건설회사를 경영했던 만큼 상당한 자산을 축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 회장은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성정은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성정의 2020년 연간 매출규모는 59억 원 정도다. 백제컨트리클럽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연간 매출 306억 원을 냈다. 백제컨트리클럽은 대국건설산업의 지분 100%를 들고 있다.
대국건설산업은 2020년 매출 146억 원, 영업이익 6800만 원을 냈고 총자산은 150억 원이다.
성정과 백제컨트리클럽, 대국건설산업의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부동산자산 등은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백제컨트리클럽의 총자산 규모는 2020년 말 기준으로 960억 원인데 이 가운데 토지, 건물 등 비유동자산이 920억 원에 이른다. 성정의 총자산 규모는 2020년 말 기준으로 315억 원인데 이 가운데 비유동자산은 269억 원이다.
형 회장 일가의 자산은 부동산 등을 포함해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 회장은 6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개인자산이 1천억 원이 넘고 골프장 가치만 2천억 원에 이른다”며 “(경영 정상화까지) 자금조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다시 비행기를 띄우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성정에서 받은 인수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운항증명서를 다시 취득해야한다.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안전면허인 항공운항증명서를 받아야하는데 이를 받기까지는 통상적으로 5개월가량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이달 안에 이스타항공이 항공운항증명서를 신청한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인수자인 성정의 자금요건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을 보인 만큼 시간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정이 지연될수록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나가는 돈만 늘기 때문에 형 회장의 부담이 크게 늘 수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12일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 82.04%의 동의를 얻으면서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이스타항공이 채권단 82% 가량의 동의를 얻은 데는 미채권변제율이 4.5%로 기존 3.68%에서 1%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미확정채권이 기존 2600억 원에서 700억 원 줄어든 1900억 원가량으로 확정되면서 4일 서울회생법원에 총채권액을 3500억 원대로 산정한 회생계획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