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형기를 마치면서 최대주주로 흥국생명, 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영현안을 들여다 볼까?
1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3년 형기를 모두 마치고 만기 출소하면서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이후 수감생활을 해오다 11일 만기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형이 끝난 뒤 5년 동안 임원으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에 공식적으로 복귀할 수는 없다.
다만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외부 노출을 꺼려 붙여진 별명인 ‘은둔의 경영자’, ‘얼굴 없는 경영자’라는 수식어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최대주주로서 경영현안을 챙길 것으로 바라본다.
이 전 회장이 비록 법률에 따라 공식적으로 경영에 나서기는 힘들지만 형기를 마치면서 수감생활을 할 때보다 활동이 자유로워지고 의사결정도 한결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의 지분 56.3%를 쥔 최대주주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예가람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등을 지배하고 있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디지털 전환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 전 회장의 만기 출소로 이러한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6월 말 기준으로 각각 171.1%, 161.9%로 업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어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를 푸는 것도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판단이 필요하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위성호 흥국생명 부회장을 통해 신사업이나 새로운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도 바라본다.
위 부회장은 신한은행장 출신으로 35년 동안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에서 일해오다 지난해 5월 흥국생명에 영입됐다.
위 부회장은 현재 흥국생명 미래경영협의회 의장을 맡아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경영도 보고 있다.
태광그룹 내부에서도 이 전 회장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임직원으로서 이 전 회장의 활동에 기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회장을 둘러싼 오너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이 전 회장의 건강이 좋지 못하다. 현재 간암 3기로 간의 30%를 절제해 간 이식이 필요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또 이 전 회장은 금융위원회와 고려저축은행 주식 처분 명령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이 전 회장에서 고려저축은행의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이 전 회장은 고려저축은행의 지분 30.5%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며 “이 전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