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 측이 1일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에 전달한 것을 두고 말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8월지31일 충북 청주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당의 결정에 승복하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요구를 명확히 한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이 합당한 명분없이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이 입장을 바꿀 때에는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윤석열 후보는 왜 말을 뒤집고 입장을 바꾼 것인지 국민과 당원들에게 해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유승민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윤석열의 민주주의는 형식만 경선이지 실상은 추대인가”라며 “이런 평가가 억울하다면 최고위원회의 추인을 받은 경선준비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혀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윤 후보 측이 이준석 대표를 향해 탄핵 또는 사퇴하고 특정 후보 캠프로 가라고까지 흔들었던 이유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반대했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의 사퇴를 끌어내려 했기 때문”이라며 “선관위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윤 후보의 자신감은 정홍원 선관위원장과 언약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전날 선관위에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의견을 전달한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대표 등 3명뿐이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 8명은 반대했으며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선관위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많은 후보들이 이 조항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지만 1위 후보가 찬성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선관위장은 윤 전 총장 쪽에 무게를 싣는 말로 논란을 키웠다.
정 위원장은 전날 열린 선관위 회의에서 “당 경선준비위가 내놓은 확정안이 있는데 왜 변경하느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준위의 안은 당헌당규에 규정되거나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선준비위가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후보자 토론회 진행 여부가 대표적이다.
현재 9월15일 1차 예비경선(컷오프)까지 후보자 토론회를 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한 8월 계획됐던 2차례의 토론회도 결국 무산되고 ‘비전발표회’로 대체됐다.
윤 전 총장은 줄곧 당내 예비후보들 가운데 1위를 달려온 만큼 여유있는 모습으로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1위 후보가 유리한 쪽으로 경선 규칙을 고치겠다고 나서면 국민의힘 내홍을 키울 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경선 승리를 자신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역선택 방지조항이 중도층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중도 확장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이 경선규칙을 두고 힘겨루기를 시작한 것은 홍준표 의원이 추격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잘못하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 조사기관이 이날 내놓은 9월 1주차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살펴보면 윤 전 총장 22%, 홍 의원 19%로 두 후보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에서 접전을 펼쳤다.
특이한 점은 홍 의원은 진보(21%)와 중도(20%), 보수(21%)로 이념성향별로 고르게 지지를 얻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진보에서 12%, 중도에서 19%, 보수에서 37%의 지지를 얻었다. 경선 과정에서 진보와 중도 쪽 여론이 반영된다면 윤 전 총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한때 중도 확장을 이유로 국민의힘 입당마저 뒤로 미뤘다. 그런데 어느새 중도층에서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홍 의원에게도 밀리는 신세가 됐다.
이번 조사는 8월30~9월1일 사흘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12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홍 의원은 곧장 윤 전 총장의 중도 확장성 부족을 파고들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를 들면서 “A당을 지지하면서 정작 투표에서 B당 후보를 찍는 것은 역선택 아니고 교차투표”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 오세훈 후보에 21.7%, 나경원 후보에 8.7% 지지를 보냈다”며 “본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율을 훌쩍 넘겨 57.5%로 압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역선택을 내세워 반쪽 국민경선을 하자고 하는 시도는 배격해야 한다”며 “대선에서는 지지율 30% 안팎의 국민의힘 지지자들만으로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