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노사관계에서 MZ세대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된 뒤에 노사문제가 많이 불거졌는데 이 부회장이 이제 가석방으로 나온 만큼 삼성에서 MZ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 노사관계를 정립하려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MZ세대가 삼성전자 노동활동에서 주요 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조만간 올해 임금협상 교섭에 들어간다.
노조측은 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등 4개 노동조합이 공동전선을 형성해 교섭에 임한다.
이 가운데 MZ세대를 주축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은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5천여 명에 가까운 조합원의 80%가량이 MZ세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기업들의 노사교섭에서는 대부분 노조의 중장년층 핵심간부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삼성전자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김정란 이창완 공동위원장이 모두 30대일 정도로 MZ세대가 노조활동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정당한 권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MZ세대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시선을 받는다.
6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자 고용노동부의 조정중지 판정과 조합원 투표 등 적법절차를 거쳐 쟁의권 행사를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7월에 임금협상 교섭을 타결했다. MZ세대의 적극적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 타결 직전까지 나오기도 했다.
만약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사과를 통해 ‘무노조경영 철폐’를 선언한 뒤 첫 노조 파업 계열사가 될 수도 있었다.
이처럼 삼성 노사관계에서 MZ세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이 부회장이 곧 진행될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계기로 삼성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 노사관계를 정립하려 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은 삼성전자만의 사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8개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공동 임금교섭에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련)에 소속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울산노조), 삼성에스원(참여노조), 삼성웰스토리, 삼성화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생명(직원노조) 등 노동조합들이 금속삼성연대(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의 이름으로 뭉쳤다.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에서 노사관계가 어그러지면 삼성그룹에서 ‘도미노’ 노사갈등이 시작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무노조경영 철폐 선언 이후 그동안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노조가 하나둘씩 설립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각 계열사들은 조합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상을 진행하던 기존 방식을 답습하면서 여러가지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이 부회장의 수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삼성에서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원칙 자체는 세웠으나 올해 본격적 교섭을 시작하기도 전인 1월에 수감됐다.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그룹 차원의 교섭 가이드라인이 세워질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노조설립 움직임 자체를 탄압해 왔던 삼성에서 노사가 얼굴을 맞대며 협의하고 갈등이라는 것도 나타나는 현상은 삼성 노사문화가 정상화하는 긍정적 변화일 수 있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계기로 삼성에서 노사교섭의 가이드라인이 어느정도 만들어질 수 있다면 앞으로 건강한 노사문화를 구축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를 위해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를 활용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1월 수감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수감 여부와 상관없이 준법위의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준법위에 힘을 실어주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준법위도 4월부터 계열사 노사문제를 보고받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사교섭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를 준법적(컴플라이언스) 절차대로 봉합할 수 있도록 하는 노사관계의 기준이 필요하다”며 “삼성도 노사문제와 관련해 진보적 시선을 보유한 세대의 목소리를 상당부분 반영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편집자주]
시대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메타버스라는 사이버세계가 광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물론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상생, 동반성장, 사회적 가치 같은 개념은 이미 기업 경영의 기본이념이 된 지 오래고 ESG, 탄소중립, MZ세대 등 새로 등장한 개념들조차 벌써 낯설지 않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읽지 못하면 금세 뒤처질 수 있다. 기업들이 리더십을 다시 꾸리고 미래 세대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정치권에는 30대 제1야당 당수의 출현으로 이미 세대교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2022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1부. 재계는 리더십 세대교체 중
2부. 기업의 미래 세대 읽기
3부. 새로운 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
1. 현대자동차
2. 삼성그룹
3. 현대오일뱅크
4부. 2022선거 2030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