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와 함께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되면서 그룹 승계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화그룹을 향한 지배력을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화를 향한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
한화는 한화그룹의 모태가 되는 계열사로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건설 등 핵심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자산 191조2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자산 4조8천억 원보다 39배 많다.
연결기준 매출 역시 한화가 한화에너지보다 40배 이상 많다. 지난해 한화와 한화에너지는 연결기준으로 각각 매출 50조9천억 원, 1조2천억 원을 올렸다.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을 늘리는 방식,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인적분할 뒤 합병 방식 등이 한화를 향한 김 사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전처럼 한화에너지가 한화를 향한 지분을 서서히 늘려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에너지에 흡수 합병되는 에이치솔루션은 최근 몇 년 사이 한화 지분을 지속해서 늘려왔다.
에이치솔루션은 2018년까지 10년 넘게 한화 지분에 변화가 없었으나 2019년과 2020년, 올해까지 3년 연속 한화 지분을 늘려 현재 보통주 5.19%(389만3607주), 우선주 5.1%(117만479주)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말과 비교해 지분율이 보통주는 2.99%포인트(224만3607주), 우선주는 3.24%포인트 (74만4029주) 높아졌다.
김 사장은 1분기 기준 한화 지분을 보통주 4.44%(333만 주), 우선주 3.75%(86만654주) 들고 있다. 김동원 전무와 김동선 상무는 각각 한화 보통주 1.67%(125만 주)씩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사장 3형제와 에이치솔루션을 합한 한화 지분은 보통주 12.97%(972만3607주), 우선주 8.85%(203만1133주)에 이른다.
한화에너지는 자금 측면에서도 에이치솔루션과 비교해 한화 지분 매입에 유리할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특정 사업이 없는 투자회사로 그동안 한화큐셀코리아, 한화시스템 등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한화 지분 매입자금을 마련했다.
이와 달리 한화에너지는 자체적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을 하고 있고 회사 규모도 에이치솔루션보다 커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이 한결 수월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한화에너지는 자회사 한화종합화학이 배당을 시작하면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쥘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7월 삼성그룹의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만큼 한화종합화학의 배당을 2015년 이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을 통해 한화종합화학 지분 99.3%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51.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배당을 재개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알짜 수익원으로 꼽힌다. 지난해 개별기준 순이익 2289억 원 올려 한화그룹 84개 국내 계열사 가운데 한화솔루션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이익을 냈다.
김 사장 3형제가 한화 지분을 직접 늘릴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김 사장 3형제가 한화에너지를 직접 보유하게 된 만큼 한화에너지 역시 앞으로 대규모 배당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에이치솔루션은 매년 400억~500억 원 가량의 배당을 하면서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자금줄로 평가됐다. 한화에너지는 그 역할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한화 지분 매입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
한화에너지나 김 사장 3형제가 직접 한화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은 정공법으로 여겨지는 만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에너지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지분스왑이나 한화와 합병 등을 통해 한화를 향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도 여전히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화그룹이 분할 뒤 합병 방식을 선택한다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동반할 가능성도 높다. 지주회사체제 전환 방식은 HDC그룹, DL그룹 등 핵심계열사를 향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한 상황에서 이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최근 재계에서 자주 활용됐다.
회사를 분할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은 분할비율과 합병비율 등을 놓고 잡음이 일 수 있지만 공정하게 비율을 산정하고 시장의 설득만 얻어낼 수 있다면 승계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올해 경영에 복귀한 만큼 한화그룹의 경영승계는 여전히 중장기적 과제로 여겨진다”며 “삼성그룹이 승계 과정에서 곤혹을 치른 것을 본 만큼 한화를 향한 지배력을 높인다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규제 변화에 따라 경영승계를 유동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