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가 인도 게임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차지했던 우위를 되찾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리스크’를 상쇄할 수익원을 확보하려고 한다.
5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김 대표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은 공모자금을 신흥국 게임시장 공략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특히 인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인도법인을 동남아시아 진출의 허브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크래프톤 인도법인을 바탕으로 현지 모바일게임시장은 물론 콘솔(게임기기)게임, e스포츠, IT, 엔터테인먼트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들어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진행하기도 했다.
6월 인도 게임스트리밍 플랫폼 로코의 초기투자에 공동 참여했다. 크래프톤을 비롯한 전체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은 101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3월에는 인도 e스포츠회사 노드윈게이밍에 255억 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인도 e스포츠와 콘솔게임,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기회를 계속해서 찾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기에 주목해 인도 게임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우위를 다시금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최근 인도 전용 모바일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내놓았다. 이 게임은 지난해 인도 서비스를 중단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왔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인도에서 이용자 3300만 명을 확보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이용자 수는 전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용자의 25%에 이른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의 85%를 아시아 지역에서 거뒀는데 대부분이 중국과 인도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중국과 갈등을 빚은 뒤 중국과 연관된 게임서비스 중단을 지시하면서 크래프톤에도 악영향이 미쳤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 텐센트가 글로벌 퍼블리싱(게임 유통·서비스)을 맡은 게임인 만큼 서비스 중단대상에 포함됐다.
서비스가 중단된 동안 인도 현지 게임사들이 비슷한 생존경쟁(배틀로얄) 게임을 내놓으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이용자층을 잠식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김 대표는 크래프톤이 직접 퍼블리싱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로 인도시장을 되찾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국 외에 다른 주력 수익지역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풀기 위한 열쇠로서도 인도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은 중국 정부의 판호(판매허가) 문제와 게임 통제정책, 중국과 다른 나라의 갈등 등 각종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이를 고려해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중국의 불확실성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성장성이 주목되는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게임시장은 현재로서는 규모가 아주 큰 편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KPMG에 따르면 인도 모바일게임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2천억 원 수준으로 한국(5조 원대)의 4분의1 수준이다.
그러나 인도 인구가 전체 13억 명에 이르고 노동인구 상당수도 게임 주요 이용자층인 청년층이다. 그만큼 게임시장이 커지는 속도도 빠르다.
KPMG도 2024년에는 인도 모바일게임시장 규모가 4조2천억 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게임뿐 아니라 전체 게임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향후 게임에 연관된 다른 사업에 뛰어들기도 쉬워지는 셈이다.
인도 온라인게임 이용자 수는 2020년 기준 3억6천만 명을 넘어섰다.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4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