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GS리테일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허 부회장은 ‘퀵커머스 플랫폼’ 정착을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 통합법인 GS리테일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허 부회장은 전국 99% 소비자에게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물류망을 갖춘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쿠팡에서부터 시작된 ‘익일배송’을 뛰어넘는 ‘즉시배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7월1일 GS홈쇼핑과 합병에 앞서 6월22일에는 자체 배달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우딜-주문하기'를 출시했고 10일 만에 누적 주문건수 10만 건을 넘어서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허 부회장은 5월 GS리테일 주주총회에서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과 배송 인프라 통합을 통해 혁신적 라스트마일(최종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디지털커머스를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해 고객들이 채널 구분 없이 모든 쇼핑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퀵커머스시장은 아직 음식배달 위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향후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는 세계 퀵커머스시장 규모가 2030년 약 4480억 유로(63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퀵커머스사업을 키우기 적합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 화장품 매장 랄라블라 등 1만5천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갖추고 있어 각 골목마다 퀵커머스 서비스망을 구축할 수 있다. 편의점을 마이크로 풀필먼트(도심형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에 많은 상품을 보관하기보다는 화물차가 창고 역할을 하고 딱 필요한 곳 근처 편의점에만 상품이 잠깐 머물다가 바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GS리테일은 일반인 도보 배달원(우리동네 딜리버리 친구)도 약 7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로 삼고 일반인 배달원까지 활용함으로써 가맹점주들의 부가서비스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GS25는 제한된 영업면적과 설비로 서비스 매출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지만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이 증가할수록 관련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편의점 오프라인을 ‘픽업센터’로 활용하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서비스 매출이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퀵커머스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GS리테일이 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배달의민족의 온라인 슈퍼마켓인 B마트는 2018년부터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3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B마트는 2020년 매출 2천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년 전보다 매출이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또 11번가는 6월부터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주문 오늘도착'을 론칭했고 이커머스시장의 강자인 쿠팡은 ‘쿠팡이츠 마트’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퀵커머스사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GS리테일이 보유한 오프라인 인프라와 GS홈쇼핑과 합병 등을 적극 활용해 경쟁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GS리테일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만큼 신선식품, 냉동, 냉장, 주류 등의 즉시배송에서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 GS홈쇼핑과 합병으로 물류센터 통합, 제품의 가격경쟁력 증가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GS리테일은 신선식품 등에서 공동구매를 통한 바잉파워 확대가 커지는 가운데 홈쇼핑, 편의점, 슈퍼 사이의 교차 판매를 통한 효율성 제고도 가능해 질 것이다”며 “홈쇼핑사업에서 축적된 고객 데이터와 온라인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근거리 식품서비스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 부회장은 향후 5년 내 물류센터 6개를 추가로 구축하고 물류 및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에 5700억 원을 투입할 계획도 세웠다.
홈쇼핑사업만으로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물류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운영되는 배달전문 앱 우딜-주문하기는 편의점에서 1100여 종, 마켓에서 3500여 종의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며 “점차 배달품목을 늘려나가고 장기적으로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다른 플랫폼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