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라면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심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농심그룹은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일부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데 계열분리를 통해 자산규모를 5조 원 아래로 낮추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동원 회장의 취임으로 농심의 라면사업 외형 성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아버지 신춘호 전 회장이 올해 3월 별세한 뒤 사실상 회장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공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한 만큼 신 회장이 구상하는 경영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1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취임 메시지에서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라면기업 5위라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을 세계 톱클래스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말 미국 제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 제1공장의 생산량을 더하면 연간 라면 생산량은 8억5천만 개로 증가한다. 국내에서도 기존 생산시설을 손봐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농심은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을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올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 회장은 자체사업 확대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농심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농심그룹은 올해 5월에는 우일부산을 계열분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상장사인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의 성장세를 놓고 봤을 때 당장 내년에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년마다 자산 5조 원을 기준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는데 2021년 3월 말 기준 상장사인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등의 자산총액만 4조736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심그룹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율촌화학 등의 계열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은 신 회장이 두 동생과 함께 계열분리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그룹은 신춘호 전 회장의 아들인 신 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등 삼형제가 각각 농심, 율촌화학, 메가마트를 나눠 맡는 식으로 어느 정도 계열분리 윤곽이 드러나 있다.
문제는 신동윤 부회장의 율촌화학 지배력이 아직 공고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이미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하며 사실상 계열분리를 마친 만큼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문제만 해결되면 농심그룹의 계열분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윤 부회장은 아버지 신춘호 전 회장이 보유하던 율촌화학 주식을 일부 상속받았는데도 여전히 율촌화학 지분율이 농심홀딩스보다 낮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신 부회장의 율촌화학 지분률은 부인인 김희선씨(0.41%)와 자녀인 신시열씨(4.64%), 신은선씨(0.03%)가 보유한 지분까지 더해도 24.44%에 그친다. 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 지분을 31.94% 들고 있다.
이 때문에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맞교환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농심그룹은 2022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국내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당장 율촌화학만 해도 2020년에 농심과 거래로 매출의 35.22%를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