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치권에에서는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서로 거리를 좁혀가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양쪽이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며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 이동훈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간다고 했다”며 “차차 보면 알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을 통한 첫 공식 메시지에서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조심스런 자세를 내보인 셈이다.
비록 윤 전 총장이 13일 이 대표에게 ‘당대표 취임을 축하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는 등 국민의힘을 향해 우호적 태도를 보였지만 의례적 차원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다.
축하인사를 주고받는 시간이 지나면 양쪽의 신경전이 날카롭게 전개될 수 있다.
현재 이 대표는 ‘대선 경선버스는 8월에 출발한다’며 윤 전 총장의 입당기한을 8월로 못박아 놓고 있다. 하지만 야권 대선주자 지지도 1위인 윤 전 총장이 여기에 순순히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은 무엇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독보적 대선주자로서 예우를 어느 정도 바랄 것으로 보인다.
여론 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35.3%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7.3%),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2.6%) 등을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4.1%), 오세훈 서울시장(2.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6%), 유승민 전 의원(1.4%) 등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 있다.
이 여론조사는 TBS 의뢰로 11~12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야권의 대선주자를 놓고 대안부재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탓에 현재로서는 이 대표보다는 윤 전 총장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위치라고 볼 수도 있다.
윤 전 총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선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성공을 거둔 모델이 재현되기 어렵다”며 “당시 오세훈, 나경원 후보는 자력으로 20%를 넘는 지지율을 확보했지만 지금 대선후보군 가운데 자력으로 10% 이상 받는 사람이 없다”고 적었다.
앞서 이 대표가 13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했던 안철수 대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데 따른 반론으로 풀이된다.
장 평론가는 “버스비 두둑하게 낼 수 있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데 먼저 출발하면 버스기사만 손해”라며 이 대표의 경선버스 정시 출발론을 거듭 비판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도 마냥 국민의힘의 '꽃가마'를 기다리고 있을 형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지지도 상승세가 가파른 데다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세대교체의 민심이 한동안 이 대표의 리더십을 뒷받침해 줄 가능성도 크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는 6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주간집계)에서 응답자의 39.1%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고 14일 밝혔다. 민주당 지지도는 29.2%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YTN 의뢰로 7~11일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2512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다.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가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윤 전 총장 쪽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안철수 대표와 대선 때의 윤 전 총장 상황이 다르다고 한 말도 틀리진 않는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과 지금의 국민의힘도 엄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앞서 12일 이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야권 통합을 향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이 역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기 위한 간접적 신호란 말이 나온다.
안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 경쟁자 가운데 한 명인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무대에 자연스럽게 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