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을 앞세워 올해 기업공개(IPO) 주관실적 1위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 주관실적을 쌓는 데 큰 힘을 얻게 됐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올해 9월에 코스피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월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를 함께 상장주관사로 선정했음에도 나스닥 등 미국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끊임없이 나왔다.
또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마켓컬리와 야놀자 등도 미국 상장을 추진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행선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몰렸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코스피시장 상장일정에 공식적으로 돌입했고 미국 상장 계획이 없다는 뜻도 내보였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시장 첫 1위 등극을 노리는 KB증권도 목표 달성에 힘을 얻게 됐다. KB증권은 모건스탠리와 함께 대표주관사를 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2차전지 제조회사다.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50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9일 기준 SK하이닉스(89조1803억 원)를 제치고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2위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되는 수준이다.
공모규모도 약 10조 원으로 기존 최다 공모기록인 삼성생명(4조8천억 원)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꼽히는 이유다.
KB증권은 채권자본시장(DCM)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강자로 꼽혀왔지만 기업공개·유상증자 등 주식자본시장(ECM)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아쉬움이 남았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증권은 2020년 기업공개시장에서 6건의 상장업무를 수행하면서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상장주관실적은 약 3624억 원으로 한국투자증권(1조2천억 원), NH투자증권(8488억 원) 등 선두권과 큰 격차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2월 증시에 입성한 솔루엠 외에 별다른 주관실적을 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KB증권은 카카오뱅크와 한화종합화학, 현대중공업 등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상장절차에 공식 착수한 만큼 하반기에 상당한 주관실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KB증권은 카카오뱅크와 한화종합화학의 대표주관사를, 현대중공업의 공동주관사를 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조~30조 원, 한화종합화학은 4조~5조 원, 현대중공업은 5조~6조 원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대어급 기업들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이런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만큼 그 중요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KB증권이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주관사 자리를 연이어 따냈지만 아직 조 단위 기업 상장업무를 수행한 적은 없는 만큼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KB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국내 자본시장에 한 획을 긋고 기업공개시장의 강자로 위상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기업가치가 워낙 높기 때문이 한 건 만으로도 상장주관실적 순위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