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 클라우드시장 공략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KT는 클라우드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아마존웹서비스와 전략적 제휴를 성사하면서 공공·금융시장에 치우쳐 있던 클라우드사업 영역을 일반기업 클라우드시장으로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9일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비대면사회 가속화와 5G,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의 발달로 기업들의 업무와 사업영역에서 클라우드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KT에게는 이런 시장의 변화가 해외기업들의 높은 벽을 뚫고 클라우드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클라우드시장에서 이미 점유율 50%를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와 협업은 구 사장이 KT의 클라우드 사업영역을 일반 기업시장으로 넓혀가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구 사장은 KT의 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와 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서비스 상품들을 연계한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기업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T 관계자는 “이번 협력으로 KT의 인프라와 아마존웹서비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출시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스타트업 고객들로 기업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 클라우드서비스에 아마존웹서비스 솔루션을 접목하면 해외진출을 원하는 국내기업과 한국시장에 들어오길 바라는 해외기업들을 위한 각각의 시장에서 호환 가능한 서비스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IT 자원 구축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서버와 소프트웨어 등을 인터넷을 통해 단순히 빌려 쓰는 방식으로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인프라를 넘어 교육, 의료, 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위한 핵심적 인프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원격의료, 실감형 미디어, 클라우드 게임 등 비대면시대 주목받는 많은 서비스들을 빠르게 개발하고 지연 없이 제공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사업에서 KT가 보유한 5G 네트워크, 인터넷데이터센터 자산들의 가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는 데이터센터사업에서 좋은 입지 여건과 우수한 운영능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클라우드사업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2020년 11월 완공한 13번째 데이터센터도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KT는 내수시장인 한국 클라우드시장에서도 입지나 서비스 자체 경쟁으로는 아직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기업들을 대적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KT는 보안 등 규제로 해외기업들이 약한 공공·금융 클라우드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한국 클라우드시장 전체로 본다면 크게 힘을 쓰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놓여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클라우드시장은 여전히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사업자들이 점유율 8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중국 대형기업 텐센트 등이 2020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한국 클라우드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텐센트는 게임분야를 집중 겨냥해 넥슨과 넷마블 등 한국 상위 게임기업들을 빠르게 고객사로 확보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아마존웹서비스 등 해외기업은 클라우드사업에서 한국 이동통신사 데이터센터 등을 임대해 사용하다 보니 데이터 과부하 등 서비스 장애 발생 때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KT의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아마존웹서비스의 시장 입지, 클라우드서비스 경쟁력이 더해지면 강력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KT는 올해 회사의 역점사업으로 클라우드 등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과 플랫폼사업을 꼽았다.
KT는 2018년 이후 클라우드부문 매출이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2020년 기준 클라우드사업 매출은 1천억 원 수준에 머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올해는 클라우드 매출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한국 클라우드시장 규모는 2020년 3조 원대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3조7천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