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구 사장이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재편작업을 밀어붙이면서 KT스카이라이프 등 계열사 노조에서는 사업기반을 뺏긴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높다.
24일 KT스카이라이프 노조에 따르면 현대미디어 인수주체를 KT로 변경하는 안건을 놓고 회사 경영진에 공문을 보내 강하게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20년 10월 케이블TV기업 현대HCN을 인수하면서 자회사 현대미디어의 지분 100%도 함께 인수하기로 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주력인 위성방송사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만큼 현대미디어를 인수해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와 콘텐츠사업에서 시너지를 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스카이라이프TV는 방송채널을 운영하면서 2020년부터 콘텐츠 자체제작에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현대미디어는 방송채널사업과 콘텐츠유통사업을 하는 회사로 드라마채널 ‘드라마H’, 중화권 드라마 전문채널 ‘칭(CHING)’, 여성오락채널 ‘트렌디’, 아웃도어여행채널 ‘ONT’, 건강의학 전문채널 ‘헬스메디’ 등을 운영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내부 직원들에게 스카이라이프TV와 현대미디어의 합병과 상장 청사진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구 사장이 올해 초 콘텐츠 전문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세우고 미디어콘텐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구 사장은 KT스튜디오지니 아래로 KT 미디어콘텐츠사업들을 결집시켜 중간지주사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KT는 이를 위해 KT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 등 그룹의 관련 회사들을 KT스튜디오지니 아래로 들고와 통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KT는 스카이라이프TV 편입계획에서 한 발 물러섰다. KT스튜디오지니를 KT스카이라이프에 이어 스카이라이프TV 2대 주주로 만들어 지배력을 확대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대신 KT는 현재 KT스카이라이프가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미디어를 직접 나서 인수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는 이미 인수주체 변경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과 현대미디어 인수를 두고 기업결합심사를 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에 현대미디어 인수 주체 변경 가능성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KT스카이라이프 경영진도 최근 회사 팀장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화상회의에서 현대미디어 인수 주체가 KT로 변경될 수 있다고 알리고 의견을 들었다.
스카이라이프TV 대신 현대미디어를 들고가겠다는 KT의 대안은 노조의 반발에 불을 붙였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는 현대미디어 인수주체 변경에 관한 회사의 최종 입장에 따라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KT를 경영간섭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일권 KT스카이라이프 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KT스카이라이프 경영진이 완벽히 배제되고 지배주주 KT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독립법인의 자율경영을 훼손하는 지배주주의 경영간섭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미디어까지 인수하기로 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결정이었는데 KT 신설법인과 수직계열화 때문에 회사가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따른 기업가치 향상 계획을 상실할 수 있다”며 “언론노조 차원의 대응을 모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KT스카이라이프 내부에서는 KT스튜디오지니가 현대미디어를 들고가게 되면 그룹이 투자와 콘텐츠 공급, 인터넷TV와 위성방송 채널 번호 배치 등에서 현대미디어를 우선하고 KT스카이라이프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TV 채널들이 역차별 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 사장은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전환을 크게 내걸고 올해 특히 미디어콘텐츠와 금융부문의 사업재편과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구 사장은 이를 통해 KT의 주가 상승 등 부분에서 성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KT파워텔 매각과 이번 현대미디어 인수 주체 변경 추진에서 모두 계열사 노조와 잡음이 일고 있다.
구 사장이 그룹사 재편에서 여전히 가야할 길을 많이 남겨두고 있는 만큼 내부 공감대 형성과 속도조절 등도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KT 관계자는 “인수주체 변경 안건과 관련해서는 여러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