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주식 거래 장외 시장의 제도화에 팔을 걷어부쳤다
.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 가운데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
’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동시에
, 세수 부족에 부분이나마 한몫을 거들자는 포석이 담겨 있다
.
◆ 개편되는 프리보드는 어떤 형태?
신 위원장의 의도는 오는 7월부터 사실상 모든 비상장 주식의 거래가 가능한 인프라, 즉 프리보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프리보드란 코스닥 상장을 앞둔 단계에 도달한 중소기업 등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고자 지난 2005년 개설한 장외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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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 |
프리보드가 전면 개편되면 미래에셋생명보험
, 산은캐피탈 등 이른바 우량으로 일컬어지는 비상장 주식이 거래되는 제도권 장외시장이 활성화되는 셈이다
. 개편 프리보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사실상 모든 비상장 주식이 거래되는 발판이 마련된다
.
프리보드 1부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거나 금융투자협회가 정한 공시의무를 준수하는 비상장법인 주식이 거래된다. 다만 1부 진입 및 공시 요건은 기존 프리보드보다 강화된다. 이에 따라 비상장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주식 거래가 활성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프리보드에는 주식 유통에 필요한 요건만 충족하면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재무 요건을 심사하지 않아 부실기업이 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우량 비상장 법인이 프리보드에 들어서는 유인책이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부작용이 컸다.
신 위원장이 내놓은 비책이 프리보드를 1, 2부로 나눠 1부를 강화하는 것이다. 향후 1부에 진입하려면 주권 모집, 매출 실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미래에셋생명보험, 산은캐피탈, 팬택, 삼성메디슨 등 90여개 기업이 기준에 충족된다.
프리보드 2부의 경우 모든 비상장 법인의 주식이 거래되는 단순 거래 플랫폼이 제공된다. 공시 의무가 없고, 주식 유통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된다. 거래 활성화가 지상 목표가 된다.
◆ 신제윤 금융위 무엇을 노리나?
프리보드는 지난 2005년 개설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가 따로 문을 열면서 역할이 다소 애매모호해졌다. 최근 들어 시장 공신력이 크게 떨어진 이유다.
프리보드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거래소 시장에서 퇴출당한 기업이거나 일부 중소기업 위주로 한정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 금융위에 따르면
2010년
71개에 달했던 거래 기업 숫자가 지난해 기준
52개로 축소됐다
.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2010년
2억
3000만원에서 지난해
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
이같은 상황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 각종 유인책을 가미한 ‘제도화’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과 발맞추는 동시에 기존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와 인터넷 게시판을 ‘제도화’해 거래 활성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비상장 주식거래가 제도화하고 그 결과로 활성화가 이뤄지면 거래세도 자연스럽게 늘기 마련이다. 실제 프리보드 개편과 함께 마련되는 2부에 진입할 수 있는 기업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 예상에 따르면 2013년 9월 기준으로 2부에 들어갈 수 있는 기업은 1478개나 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꾀주머니를 열어젖힌 이유가 여기 있다.
신 위원장은 프리보드 개편 발표에 발맞춰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비상장 법인의 주식을 투명하고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프리보드가 활성화하면 개인의 직접 거래에 따른 투자자 피해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