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로 출범하는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조의 성공 여부는 올해 임금협상에 달렸다는 시선이 나온다.
평사원협의회 노조가 단체협약보다 임금협상을 우선시 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노조 전환을 추진하는 만큼 임금협상에서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직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는 지난달 말부터 직원들에게 노조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았다. 임직원 5800여 명 가운데 3076명이 동의했다.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삼성 금융계열사 대표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반면 삼성화재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주요 삼성 금융계열사 가운데 가장 적어 직원들의 불만도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 사장은 지난해 20억7천만 원을 받았다. 최 사장에 이어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17억1천만 원),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11억5천만 원),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10억2천만 원) 순이었다.
삼성화재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900만 원이다. 삼성증권은 1억3100만 원, 삼성카드 1억1500만 원, 삼성생명 1억700만 원 등이다.
삼성화재의 실적 개선에 따라 최 사장이 많은 인센티브를 받은 만큼 직원들도 높은 연봉 인상률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이 받은 기본급은 7억5400만 원으로 2019년에 비해 3.5% 늘었다. 성과급은 12억 4900만 원으로 2019년보다 80.8% 급증했다.
지난해 삼성화재 순이익은 7668억 원으로 2019년보다 25.9% 증가했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전환을 놓고 어용노조라는 비판의 시선이 있는 점도 연봉협상에서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평사원협의회는 그동안 직원들의 이익을 대변한지 못한다는 시선을 받았는데 이번 임금협상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연봉협상 결과물이 직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기존 삼성화재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수 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평사원협의회는 삼성화재의 지배개입을 받아온 조직으로 현재의 진성노조가 탄생하게 된 원인”이라며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전환은 삼성의 진성노조 무력화작업이고 파괴행위”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는 삼성그룹의 무노조원칙에 따라 1987년 노조설립 대신 임금·단체 협상 권리를 인정받아 출범한 조직이다.
지난해 2월 한국노총 산하 조직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평사원협의회와 노조는 임금협상을 사측과 따로 진행했다.
복수노조체제로 전환되면 올해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가능성이 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가 과반노조 또는 다수노조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임금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평사원협의회는 삼성화재 직원 가운데 3700여 명을 정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노조설립에 3천 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한 만큼 많은 수의 직원들이 평사원협의회 노조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삼성화재 노조의 노조원 수는 650명가량이다.
홍광흠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동조합 회장은 “30여 년을 이어져온 단체이다 보니 매너리즘이 존재했고 회사의 태도 등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과반노조가 되면 사측에서는 창구 단일화를 요구하겠지만 기존 노조의 교섭권을 뺏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평사원협의회 노조 전환으로 현재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다른 삼성 금융계열사들도 아직 임금협상이 타결되지는 않았다.
삼성생명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임직원 5천여 명 가운데 3200명가량이 가입한 삼성생명 노조에서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노조가 있어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노조가 없지만 삼성화재의 평사원협의회와 같은 조직이 있어 노사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통상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이 마무리 된 뒤 금융계열사의 임금협상이 타결되곤 했다”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