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으로 국내주식시장 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주식 비중을 늘리게 되면 국민연금공단의 전체 자산배분계획을 다시 바꿔야하기 때문에 김 이사장이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16일 국민연금공단 안팎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는 연기금이 지난해 12월24일부터 52거래일 연속으로 국내주식을 순매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연기금은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팔아야 할 주식이 남아 있어 다시 매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자산배분계획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을 올해 연말까지 16.8%로 줄여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인 17.3%를 넘겨 21.2%(약 176조7천억 원)를 보유하게 됐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국내주식 비중인 16.8%(약 143조 원)에 맞추기 위해 주식매도 행진을 이어왔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주식을 연일 매도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의 주범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4일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시위를 벌였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국민연금공단의 주식매도를 금지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주식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국내주식시장 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지적을 고려해 자산배분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월 기금운용위원회를 마치고 “주가가 2000~3000선일 때 리밸런싱(자산배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하고 다음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주식 비중을 늘리면 국민연금공단은 국내채권, 해외주식, 해외채권 등 전체 자산배분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 이사장은 투자자산의 다변화를 위해 해외자산과 대체자산의 투자비중을 늘리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언론과 인터뷰에서 “2020년 9월 36.6% 수준인 해외투자 비중을 2025년 말까지 5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해외주식 25.1%, 해외채권 7%, 대체투자 13.2%의 투자구성에서 2024년에는 해외주식 35%, 해외채권 10%, 대체투자 15%로 각각 늘어난다. 반면 국내주식은 16.8%에서 15%로 줄어든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내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해외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자산배분 문제를 새로 검토한다면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늘리는 대신에 목표비중에 적용되는 투자허용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 목표비중에서 최대 ±5%포인트까지 투자허용 범위를 두고 있다.
투자허용범위를 넓힌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실제로 보유가능한 국내주식 범위가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다음 기금운영위원회에 자산배분계획 변화를 안건으로 올릴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