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으로 부산시장선거 승부수를 띄웠다는 시선이 나온다.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잇달아 힘을 싣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합의 처리를 호소한다”며 “국민의힘이 끝까지 특별법을 반대한다면 부산, 경남, 울산시민의 염원을 안고서 찬성하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김종인 위원장의 가덕도신공항 폄하 발언에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특별법을 ‘악선례’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며 “가덕도신공항 반대가 국민의힘 당론으로 판단되는데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부산시장 유력 후보인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이 20일 1호 공약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앞세운 데 이어 이낙연 대표가 21일 가덕도에 직접 방문해 현장 행보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줄곧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 하나 한다고 부산경제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 발언은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안에서도 ‘가덕도신공항 폄하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이 가덕도신공항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이유는 이 문제가 지역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도 대체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찬성한다. 이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공동 발의한다는 뜻까지 보이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통합신공항의 항공, 여객 수요를 빼앗겨 공항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핵심 지지기반인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서로 대립하는 터라 선뜻 태도를 결정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이슈를 선점한 뒤 당지도부와 부산시당, 부산시장 후보들이 일사분란하게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여기에 찬성해 협조한다 하더라도 민주당을 뒤쫓아 간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면 부산 표심이 돌아설 게 걱정이고 찬성해도 점수 따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백지화한 사안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문제는 애초에 국민의힘에게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부산시장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난해 12월까지 민주당을 앞섰던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역전되고 있는 흐름은 적잖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21일 발표된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18~20일 진행한 1월 3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이 34.5%로 지난주보다 8.4%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0.2%포인트 떨어진 29.9%로 집계됐다. 오차 범위(±2.5%포인트) 안이긴 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논의하는 등 이 문제가 쟁점화할수록 부산의 여론 지지율이 민주당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안팎에서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항 하나가 부산경제를 살릴 수 있나라는 공항 폄하론은 부산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하는 단견”이라며 김 위원장을 저격했다.
홍 의원은 “공항 폄하론은 지역균형발전이란 국가적 명제에도 맞지 않는 몽니”라며 “화두라도 선점하는 게 야당의 최상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산시장 선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며 “부산에서 ‘반김종인 정서’가 심각하다”고 적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