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1-01-2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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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농·수·축산업에는 수입품 때문에 피해를 볼 수도 있고 국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정인 만큼 추진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4일 산업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성 장관은 2021년 들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통해 수출길을 넓히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얼어붙은 내수 탓에 수출 확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성 장관은 선제적으로 수출환경 개선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
성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출기업 지원 △한국판 뉴딜을 위한 민간투자 유치 △지역산업 육성 △디지털 제조혁신 △에너지산업 강화 △산업과 산업 사이 연대와 협력 확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 검토 등을 꼽았다.
성 장관은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을 이뤄낼 수 있도록 산업부는 실물경제 주무부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엇보다 수출을 확실하게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무역금융의 충분한 공급, 디지털무역의 확대, 수출물류 적체 등 현장 애로 해소를 통해 수출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연대·협력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성 장관은 “다자체제 복원 논의에 적극 참여하면서 국익 관점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검토하겠다”며 “디지털통상, 환경규범 등 새로운 무역질서 형성 과정에서도 주요 국가와 연대하면서 우리 입장을 주도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미국의 주도로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브루나이, 싱가폴, 멕시코, 칠레가 협정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도 참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17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전신)를 탈퇴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제휴할 필요가 있다”고 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신남방정책으로 영향력 강화를 노리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향한 수출문이 넓어진다.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구를 지닌 인도시장에도 접근이 쉬워진다.
그러나 산자부의 새해 전략에 장밋빛 미래만 가득한 것은 결코 아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두고 나라 안팎에서 강력한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시장으로 수출길이 크게 열리지만 반대로 국내 농·수·축산업에는 수입품 때문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 국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정인 만큼 한중관계 발전의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농업부문에서 반대가 가장 거세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려면 기존 회원국들과 개별적 사전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 개방요구를 어떻게 누그러뜨릴지 의문”이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농업인단체연합,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하태식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도 반대 의사를 주장했다.
중국 쪽에도 시선이 모인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전신)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했었지만 막상 미국이 탈퇴하며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그에 맞서기 위해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며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로 약화된 세계경제의 틈을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다시 가입하고 싶지만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킨다는 여론 때문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은 중국에 2019년 기준 1360억 달러의 수출액을 보이는 등 무역에서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도 2019년 기준 73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성 장관은 국내 농축수산업 보호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할 뿐 아니라 세계 경제 1위와 2위 국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