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물러난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 내정과 함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내각을 비롯해 청와대도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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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재준 국정원장 |
그러나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야당은 김 실장의 교체가 없는 인적 쇄신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후임인사는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 대변인은 김 실장의 사표 수리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마무리짓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남 원장과 김 실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고 박 대통령은 즉시 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의 경우 이날 오후에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남 원장은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지난 3월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에서조차 남 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남 원장을 재신임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매듭지었다.
하지만 결국 세월호 참사를 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박근혜 정부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대대적 인적 쇄신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물의를 빚었던 인사들도 모두 물러나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적쇄신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 원장은 사임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장수 안보실장의 사임도 이미 예견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컨트롤타워 논란에 휩싸이면서 김 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긴 꼴이 되고 말았다. 김 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은 재난과 관련한 컨트롤타워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한 데다 이를 놓고 논란이 일자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별도의 자료를 배포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더욱 자초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김 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이런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안보실장의 사임은 또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을 대표해 책임을 진 것이기도 하다.
남 원장과 김 안보실장이 사임하면서 앞으로 개각과 청와대의 개편은 상당히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대대적 인적 쇄신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밝힌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각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부처 장관들도 대거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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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
이번 인적 쇄신과 관련해 주목을 받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대적 인적 쇄신을 예고한 만큼 김 실장도 물러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래야 인적 쇄신의 효과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김 실장은 그동안 ‘2인자’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김 실장까지 물러나게 하면 컨트롤타워 부재 현상이 생겨 향후 정국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박 대통령은 깊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에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안보실장이 물러나면서 김 실장이 빠진 것은 사실상 박 대통령이 김 실장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없는 인적 쇄신은 무의미하다"며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에 이어 검찰 출신을 연속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이는 국민화합, 국민통합,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파하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바랐던 국민적 기대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나머지(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실장)는 수족에 불과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이 정권의 브레인”이라며 “김기춘 실장이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정작 김기춘 실장을 유임하게 하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