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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공백 장기화, 삼성의 선택은?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13 15: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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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공백 장기화, 삼성의 선택은?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회복되더라도 경영에 바로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여 삼성그룹의 이 회장 부재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용체제 전환 전까지 삼성그룹이 어떤 경영체제로 움직일지 주목된다.

이 회장이 현재 심장 기능과 뇌파가 안정적 상태이지만 회복까지 최소한 2~3달이 걸린다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삼성그룹은 일단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지 않고 그룹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주요 현안을 조정하며 각 계열사가 책임경영을 해가는 체제로 그룹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 12일 "그동안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 직접 관여해 오지 않았던 만큼 (병세치료는) 경영하고 관계 없다"며 "(삼성 임원진은) 평소에 해오던대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부재 상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가 삼성에 미치는 영향이 몇몇 미국회사들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이 회장이 삼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는 하지만 삼성은 애플과 다르게 한 사람에 회사의 모든 운명이 달려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건희 회장이 일주일에 1~2회 정도 출근했지만 인사 및 대형투자 등 중요 안건을 모두 결재했으며 경영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만큼 건강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에 영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삼성그룹은 2008년 이 회장이 비자금사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된 적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런 점이 삼성그룹이 이 회장 부재 상황을 맞고도 비상경영체제를 아직 검토하지 않은 이유다.

◆ 한계 내보인 과거 삼성의 비상경영체제


이 회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특검’으로 2008년 기소됐다. 이 회장은 기소 직후인 2008년 4월 경영퇴진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도 해체됐다. 이 회장을 보좌하던 그룹 내 2인자들도 각각 2선으로 물러났다.


이때 새롭게 등장한 것이 사장단협의회다. 삼성은 대규모투자나 사업조정 등 그룹의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을 사장단협의회에서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사장단협의회 아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두고 업무를 조율할 업무지원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사장단협의회는 여러 차례 한계를 노출했다. 실질적 의사결정권이 없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빠른 대응이 어렵고,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당시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 CEO가 중심이 돼 독자적으로 책임경영을 해나갔다. 사장단협의회는 공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 회장이 물러난 지 1년이 지난 뒤부터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 회장의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삼성 사장단협의회는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결의했다. 2010년 3월 이 회장은 퇴진 23개월 만에 복귀했다.


  이건희 공백 장기화, 삼성의 선택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체제 준비를 마친 현재의 삼성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당시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회장’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체제로 이행하는 중이다. 과거 갑작스런 비자금사태로 사태발생 6개월 만에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이 회장이 퇴진할 당시 삼성전자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로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주요사업을 직접 챙기고 중대한 계약을 결정하고 있다. 이 회장이 참석하지 못하는 자리 역시 이 부회장이 대신 참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최대 통신회사 버라이즌의 로웰 매커덤 회장의 초대를 받고 미국에 다녀온 데 이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왕양 중국 부총리와 만났다. 지난달 중국에서 보아오포럼에 참석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조찬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특히 이 부회장 곁에 미래전략실이라는 삼성그룹의 두뇌가 버티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달 초 미래전략실의 팀장급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하면서 미래전략실도 이재용체제를 맞기 위한 준비를 이미 마쳤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입원 후에도 병원과 서초동 사옥을 오가며 삼성그룹의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다.

이 회장은 입원 전에도 건강문제로 주로 하와이와 일본에서 머물러 왔다. 일상적 경영은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대규모 투자나 사업·지배구조 개편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냈다.

재계에서 이 회장 부재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기보다 이재용체제로 이행을 서두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지만 아직 경영직함을 가지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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