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대비해 롯데그룹의 ‘일하는 방식’ 변화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2020 하반기 롯데그룹 VCM 회의(옛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임원들에게 기존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빠르고 능동적 변화를 줘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롯데지주> |
올해 초부터 그룹 전반에 걸쳐 꾸준히 변화를 요구했는데도 현장에서는 아직 그만큼 체감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 회장이 최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칠성 스마트팩토리, 시그니엘부산 호텔 개관식,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등을 직접 둘러보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임원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신 회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방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업무상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최고경영자(CEO)가 해야하는 첫 번째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신 회장의 강한 의지 아래 각 계열사는 최근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지주는 올해 주 1회 재택근무와 근무복장 자율화 제도를 도입했다.
롯데쇼핑은 주1회 재택근무제 도입에 이어 수도권에 거점오피스 5곳을 마련했으며 롯데인재개발원은 비대면강의 노하우를 외부에 공개했다.
롯데홈쇼핑과 롯데면세점 등도 재택근무 도입 및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 회장의 ‘실험’이라 불릴 만큼 롯데그룹이 최근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근무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신 회장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그룹 가운데 롯데그룹이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만큼 신 회장 스스로가 변화와 혁신을 향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그룹 VCM 회의를 그동안 각 사업부문(BU)별로 4~5일에 걸쳐 진행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하루만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룹의 최대 회의조차 비대면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그룹 안팎에 알리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이다.
신 회장이 이날 회의에서 임원들에게 ‘능동적 변화’를 주문한 점도 주목된다.
주요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내린 결과를 그대로 따르는 방식으로는 최근 빠르게 바뀌는 환경변화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각 업권별, 회사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의하달(top-dowm)식이 아닌 하의상달(bottom-up)식으로 변화를 이끌어 가야한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한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하반기에도 롯데그룹의 근무방식 및 업무환경 변화 실험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 2~3년 계속되겠지만 이 기간을 우리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