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20대와 30대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힘쓰고 있다.
자체 디지털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향후 IT(정보통신)회사가 주도하는 테크핀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위기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출범한 DT(디지털전환)본부를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업무체계를 디지털화해 나가고 장기적으로 소셜 플랫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상품을 고객에게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디지털 혁신상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이 상품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금융상품의 접근성을 높여 젊은층을 사로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5월 애플리케이션에 ‘한국투자 인증서비스’을 적용해 애플리케이션에서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한 본인인증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복잡한 절차를 없애고 지문인증, 간편결제 등 '요즘 세대들'이 익숙한 보안방식을 발빠르게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에는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출시하며 젊은층이 더욱 쉽게 금융상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밖에 최근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 보이고 있는 사회초년생이나 소액투자자들을 겨냥해 해외주식을 소수점단위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런 행보에는 테크핀시대가 다가오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기업에 잠재적 고객인 젊은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정일문 사장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밀레니얼세대가 본격 금융 소비자층으로 유입되는 데 대비해야 한다”며 “리테일그룹과 DT본부, IT본부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과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뱅크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점차 카카오가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면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사업은 장기적으로는 기존 신용카드와 금융회사의 판매채널을 대체할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한 차례 협력한 경험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3월 증권업계 최초로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주식계좌 개설서비스’를 내놨다.
한국투자증권 ‘뱅키스’를 통해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14년 동안 100만 명이 안됐는데 카카오뱅크와 연계한 뒤 1년 만에 150만 명에 가까운 신규계좌가 개설됐다.
이 가운데 약 74%가 20~30대 젊은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뱅크의 동맹은 사업협력 뿐 아니라 지분으로 연결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회사 한국금융지주는 손자회사 등을 통해 카카오뱅크의 약 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가 조만간 경쟁자로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교두보 삼아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영역에 손을 뻗어오고 있다.
카카오는 5월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바로투자증권 인수와 관련해 대주주 적격 승인을 받았다.
바로투자증권은 대주주 적격 승인 직후 바로투자증권은 회사 이름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변경했고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영 총괄 및 신설 리테일 사업부 각자대표엔 김대홍 전 카카오페이 부사장을 선임했다.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카카오가 2030 세대에 미치는 파괴력을 한차례 경험한 한국투자증권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체 디지털역량 강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