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음 대통령선거 도전의 발판이 될 미래통합당 복당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복당의 핵심변수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 출범 여부를 놓고 통합당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인데 홍 전 대표에 반발하는 당내 기류도 형성되고 있어 복당으로 가는 길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체제와 홍 전 대표 등 무소속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복당 문제를 놓고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체제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것으로 보여 홍 전 대표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조해진 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에 긍정적 의견”이라며 “당내에 비대위 임기를 일정 기간 늘려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에게 맡기자는 의견이 좀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경태 의원 등 ‘자강론자’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고 김종인 내정자가 어느 선에서 통합당의 제안을 수락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 통합당의 지도체제 구성을 놓고 변동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통합당에 김종인 비대위체제가 들어서면 복당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홍 전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를 강하게 반대해온 만큼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당권을 잡으면 홍 전 대표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 내정자는 통합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대교체론을 내세운다. 통합당의 대선주자로 기존 인물이 아닌 젊고 혁신할 수 있는 인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김 내정자는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의 시효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해 홍 전 대표가 다음 대선주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홍 전 대표도 김 내정자를 두고 뇌물을 받은 ‘비리 비대위원장’, ‘정치 설계사로서 수명이 다했다’는 표현을 써가며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선주자 꿈을 품은 홍 전 대표와 새로운 대선주자를 만드려는 김 내정자가 통합당 내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셈이다.

홍 전 대표로서는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되고 조기복당이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더라도 단기에 끝나야 서둘러 복당절차를 끝낸 뒤 대선 준비에 나설 수 있다.

당초 주호영 원내대표가 통합당의 원내 사령탑을 맡으며 홍 전 대표의 복당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주 원내대표가 홍 전 대표 등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는 쪽이기도 하다. 김종인 비대위와 홍 전 대표의 복당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가 김종인 내정자를 설득해 무소속 중진들의 복당을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걸림돌은 또 있다.

통합당 내부에 형성된 홍 전 대표를 향한 반발기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홍 전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며 쏟아낸 거친 말 등을 두고 당내의 비판이 거세졌는데 홍 전 대표의 복당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통합당내 최다선(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4월29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 전 대표가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막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공인으로서 최소한 금도조차 없는 그가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홍 전 대표가 정치적 계산 때문에 김 내정자를 향한 개인적 비난에 가까운 정치공세 등을 펼치는데 이런 행태를 계속한다면 복당했을 때 더 큰 화근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홍 전 대표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복당을 막아서 당 밖에서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우리대로 뚜벅뚜벅 개혁의 길을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부쩍 비중이 늘어난 초선의원들의 지지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점도 뼈아픈 부분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초선 국회의원 당선인 41명을 대상으로 ‘야권 대선주자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 홍 전 대표라고 응답한 사람은  단 1명 뿐이었다. ‘없음’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원희룡(6명), 황교안(4명), 오세훈(4명), 유승민(3명) 등이 홍 전 대표를 모두 앞섰다.

통합당은 19과 20일 사이 하루나 이틀 동안 당선인 연찬회를 열기로 했다. 이 때 김종인 비대위 전환, 미래한국당과 합당,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 등을 놓고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찬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전환으로 뜻이 모이면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종인 내정자를 만나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