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2020-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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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최근 지분을 보유한 몇몇 기업에 주주서한을 보내고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가치투자의 대부'로 불리는데 앞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행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의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주행동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이 투자목적을 변경한 만큼 앞으로 자산운용사의 주주권 행사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월에 넥센, 세방, KISCO홀딩스 등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면 10영업일 안에 변동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면 공시기한이 1개월인 것과 비교해 부담이 크다.
이 대표는 공시의무를 감수하면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투자목적을 변경한 만큼 이번 주주총회를 넘어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권 행사에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3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저금리 현상과 글로벌 성장성 둔화에 따라 다시 가치주가 선호될 것”이라며 “더이상 팔 우물이 없다면 고인 물을 정화해서 마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 환원율과 지배구조 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기업 재평가에 분명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가치투자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1988년 동원증권(현재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1998년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펀드 시리즈를 시장에 내놨다. JYP엔터테인먼트 주가가 4천 원에 머물 당시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최근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는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상무)도 이 대표의 제자로 여겨진다.
이 대표가 배당성향과 배당정책 및 자사주 활용방안 등 주주환원책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 개선과 신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등 더욱 적극적 주주행동을 강화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월 말 넥센, 세방, 세방전지, KISCO홀딩스에 주주가치 증대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특히 넥센에 보낸 주주서한에서는 잠재력을 지닌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사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을, 세방에 전달한 주주서한에서는 군산신항만 등 적자 계열사를 처리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월에 열린 한 좌담회에서 “현재 기업들이 성장을 많이 못했더라도 돈은 많이 벌었는데 이 돈이 기업에 쌓여있고 기초체력도 탄탄하다”며 “현금 보유량이 많아져 기업은 충분히 변신이 가능하지만 기업들은 아직 변신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기업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 대표가 발기인으로 참가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바람직한 투자자와 기업 사이의 관계 정립을 목적으로 2019년 12월 창립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19년 12월 기업가치를 훼손한 기업에 이사해임이나 정관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면서 기업의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산업계와 기업여건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주주제안은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2월 말 논평을 통해 "국민연금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권 행사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단서조항은 국민연금기금의 주주제안 등을 가로막을 수 있는 독소조항이므로 삭제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2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글로벌 트렌드인 주주행동주의가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은 기업의 리스크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 높이기로 나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