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의 압박에 무릎을 끓었다. 1천억 원대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갚기 위한 돈을 빌리기 위해 자택과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은 것이다.
산업은행은 25일 신용위원회를 열어 동부제철에 126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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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산업은행은 일단 동부제철 신주인수권부사채 조기상환에 필요한 912억 원부터 이날 제공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발행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회사채다.
나머지 지원금은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김 회장은 2012년 동부제철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 1천억 원 중 상당수가 조기상환 청구되자 지난 23일 산업은행에 1400억 원 규모의 일시자금대출(브릿지론)을 신청했다. 조기상환 청구분 912억 원을 갚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한이익상실은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가 오기 전에 돌려받는 것을 가리킨다. 이 경우 동부제철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브릿지론 신청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김 회장에게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소유한 계열사 지분을 추가담보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추가자금 지원만 요구한다”며 “이런 식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압박했다.
김 회장은 결국 무릎을 끓었다. 추정시가 30억 원대인 한남동 자택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동부화재 지분 약 7%와 계열사 주식 일부도 내놓았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이 소유한 부동산 일부도 앞으로 담보에 포함하기로 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추가 담보를 요청해 제공했다”며 “회장자택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총수로서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라고 말했다.
김 회장에게 오는 29일 열릴 회사채 차원심사위원회에서 동부제철 지원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차원심사위원회는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및 금융투자 기업들로 구성됐다. 이곳에서 동부제철이 신주인수권부사채 조기상환청구분을 갚았는지 확인한 뒤 차환지원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