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를 줄이는 방안을 결단할까?
업황 악화로 보험업계가 사업조직을 축소해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 하는 등 조직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몸집 줄이기에 나설지에 시선이 몰린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 사장이 삼성생명 보험설계사 영업조직 가운데 FC사업부 통폐합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FC영업본부 아래에 권역별 관리조직인 4개의 FC사업부를 비롯해 86개 지역단과 610여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FC사업부를 건너 뛰고 지역단을 중심으로 영업조직을 개편한다는 것이다.
비대해진 영업조직을 단순화시키고 의사결정 과정을 빠르게 해 영업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이에 수반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구체적 조직개편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논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부와 관련한 사항은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현 사장이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영업효율 제고를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설 것이란 시선이 늘고 있다.
현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질과 효율 중심의 영업은 저성장과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이자 지속성장을 위한 목표”라며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에 힘을 싣고 있다.
현 사장은 올해 사업비와 임원 경비, 행사비 등 비용을 30%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임원 경비는 담당 보직과 업무 유형에 따라 최대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앞서 2019년 12월에는 3개 권역 6개 고객플라자의 영업을 종료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고객플라자는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보험계약 대출, 보험계약 해지, 일반보험금 신청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임직원 전체가 한 곳에 모여 진행하던 경영전략회의도 부서와 실별로 실시하며 내실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해율 급등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손해보험업계에서 이미 ‘조직 단순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현 사장의 조직개편 결단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현대해상은 ‘8부문-35본부-154부-296팀’에서 ‘9부문-33본부-114부·56파트-190팀’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부 아래에 팀이 있고 파트에는 팀이 없다. 본사를 중심으로 파트를 신설해 의사결정 과정을 줄였다.
KB손해보험은 ‘부문-본부-부서-팀’으로 구성된 조직체계를 ‘부문-본부-파트’로 바꿨다. 부서와 팀을 파트로 합쳤다.
한화손해보험도 ‘2개 총괄-11부문·실-35개팀·본부’에서 총괄이 사라지고 ‘6부문·실-30개팀·본부’로 축소 재편됐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 사장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필요성이 절실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2019년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333억 원을 냈다. 2018년 3분기 누적 순이익보다 42.2% 줄었다.
현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올해가 실질적으로 임기 마지막 해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계열사 CEO 임기 마지막 해의 실적이 연임 여부에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현 사장이 올해는 실적개선을 위해 영업효율을 끌어올리는 특단의 방안을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도 영업 총괄조직 아래에 중간 총괄조직을 둔다”며 “만약 삼성생명이 사업부를 없애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조직개편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