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가 에이프로젠을 인수한지 13년 만에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조기업인 에이프로젠을 상장해 ‘제2의 셀트리온’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이 국내 바이오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 명단에 등재되면서 김재섭 대표에게도 시선이 몰리고 있다.
김 대표는 학자 출신의 경영인인데 특이하게 인수합병(M&A) 전문가, 상장폐지된 기업의 오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김 대표는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2000년 바이오신약을 만들겠다는 꿈으로 유전체 분석회사 제넥셀을 세웠다.
2005년 코스닥 상장사 세인전사를 인수해 제넥셀세인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고 2006년에는 에이프로젠을, 2008년에는 코스닥 상장사 슈넬생명과학을 사들였다.
당시 김 대표는 바이오업계에서 ‘M&A 사냥꾼’으로 유명해졌다.
김 대표의 이름이 더 알려지게 된 것은 첫 번째 인수회사였던 제넥셀세인이 상장폐지되면서다. 김 대표는 2009년 제넥셀세인을 매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적부진으로 상장폐지됐고 김 대표가 상장폐지의 책임자로 지목되며 많은 양도세까지 부과됐다.
당시 책임논란은 에이프로젠이 상장을 여러 번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 대표의 에이프로젠은 종종
서정진 회장의 셀트리온과 비교된다.
바이오시밀러 제조기업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성장 과정이나 상장 실패에 따른 우회상장 추진 등 많은 점에서 닮아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로젠은 2017년 9월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GS071’의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세 번째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를 받은 것이다.
에이프로젠은 GS071 외에도 엔브렐, 허셉틴, 리툭산 등 유명 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하고 있어 셀트리온의 미래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김 대표도 “에이프로젠의 오송 공장은 생산 규모가 셀트리온보다 많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 3공장과 비슷하다”며 셀트리온과 경쟁심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셀트리온과 같이 에이프로젠의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회사인 지베이스를 통해 2017년 11월 코스피 상장사인 나라KIC를 인수했고 이를 에이프로젠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에이프로젠의 우회상장을 꾀하고 있다. 올해 6월 신한금융투자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에이프로젠은 2016년 5월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코스닥 상장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에이프로젠이 받은 바이오시밀러 기술료 수입을 매출로 보는데 문제가 있다며 ‘적정’ 의견을 철회했고 결국 상장이 무산됐다.
셀트리온도 과거 두 차례나 매출액 논란 등으로 정식으로 상장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2008년 코스닥 상장사인 오알켐을 인수합병해 우회상장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시가총액 21조의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