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격적으로 이동통신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경쟁사를 불법보조금 살포 혐의로 고발하고 5G통신 속도를 직접 비교하는 광고를 하는 등 경쟁사를 직접 자극하는 일도 마다 않는다.
잘못된 관행을 깨기 위해서라는 평가도 있지만 3위 사업자로 의도적 도발이라는 말도 듣는다.
31일 LG유플러스가 방송통신위원회에 SK텔레콤과 KT를 신고한 것을 두고 경쟁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같은 우물물을 마시는 입장에서 이런 신고는 이해할 수 없다”며 “LG유플러스가 불법보조금을 뿌려 모은 고객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의 불법보조금 살포는 관행으로 여겨졌다”며 “이번 불법보조금 신고는 관행을 깨고 5G통신망 구축과 서비스 개발을 통한 본원적 경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고발배경을 설명했다.
통신업계는 하 부회장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보여 온 공격적 경영행보가 이번 불법보조금 신고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특정 이동통신사가 경쟁사들을 직접 방통위에 신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통위에 불법보조금 살포를 이유로 고발한 것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LG유플러스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LG유플러스가 경쟁사들을 이길 만큼의 보조금을 쓰지 못한 점을 이미 계산해 상대적으로 털어서 나올 ‘먼지’가 작다는 판단에 따라 신고를 '감행'했다는 시선도 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신고는 LG유플러스가 보조금 지급여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여러 5G 스마트폰이 출시되며 다시 대규모의 보조금 경쟁이 시작될 것을 염려해 미리 경쟁사의 손발을 묶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번 신고로 SK텔레콤과 KT는 물론 LG유플러스를 조사대상으로 두고 실태를 점검하고 사실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 부회장의 공격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 부회장은 5G통신 상용화 전인 3월 말 가장 먼저 5G통신 요금제를 내놓았다. 저가요금제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28일 이동통신3사 가운데 가장 먼저 4만 원대 5G통신 요금제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5G통신 속도와 5G 특화 콘텐츠에서 1위라는 마케팅도 펼쳤다. 경쟁사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공개적으로 5G 속도경쟁을 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품질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갤럭시S10 5G가 출시된 4월 가장 많은 47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SK텔레콤이 기습적으로 공시지원금을 54만 원으로 올려 방통위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하는 등 공시지원금 경쟁도 이끌었다.
하 부회장이 내놓은 공격적 정책은 현장경영에서 나오기 때문에 힘을 지닌다는 분석도 있다. 경쟁사의 따가운 시선에도 저가요금제 출시나 속도, 요금 경쟁 유도 등이 정부정책이나 소비자 호응을 받는 쪽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하 부회장은 현장경영을 강조하며 영업점, 고객센터, 기지국 등을 매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하 부회장이 취임 1년 동안 43회의 방문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LG그룹 지주사에 있을 때부터 꼼꼼한 일처리로 인정받았던 만큼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현장방문을 통해 파악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치밀한 계산을 통해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 부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 “생각보다는 행동으로 더 많이 움직여야한다”는 경영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