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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의 ‘숙원’ 하나를 이뤄냈다.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인수를 마침내 완료한 것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취임하면서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 인수는 신한은행의 숙원사업”이라며 “2011년 인도네시아 현지 실사작업에도 참여했던 만큼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각오를 다질 정도였다.
한 회장은 전략적 핵심지역에 해외법인을 세워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아시아 금융벨트’ 전략에도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이 ‘리딩뱅크’가 된 데 이어 국내은행들의 해외진출에도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은행들은 최근 들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들이 급사할 위기에 처했다면 지금은 저금리와 저수익 기조 때문에 금융권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이 해외에서 내는 수익은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내은행 5곳의 전체 해외법인들이 지난해 낸 순이익은 2375억 원이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거둔 순이익 2325억 원과 엇비슷하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해외에서 현지화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국내은행들보다 비교적 좋은 실적을 냈다.
신한은행 해외법인들은 지난해 순이익 901억 원을 내 국내은행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 외환은행의 514억 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 현지화 전략, 희망 보여준 베트남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회장은 올해 초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매년 20% 이상의 순이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2년 안에 HSBC은행을 제치고 외국계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이익이 3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총자산은 18억7천만 달러에 이른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최근 호치민시 안동지역에 현지화 특화영업점인 안동지점을 열기도 했다.
안동지역은 대형 유통매장과 고급호텔들이 즐비한 호치민시의 번화가다. 그만큼 베트남 현지인 유동인구가 많아 현지인 중심의 소매금융사업을 펼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신한은행은 2011년부터 베트남에서 추진했던 현지화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안동지점 개설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이 100% 현지화 특화영업점을 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현지인들을 채용하고 양성해 현지 금융환경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인 기업금융전담조직은 약 100여 명에 이른다.
안동지점의 경우 지점장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베트남인이다. 신한은행은 국내직원을 지점장으로 파견하는 관행을 과감히 깨뜨렸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현지 영업망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올해만 지점 2개가 개설됐으며 하반기에 추가로 2개를 더 개설한다. 영업망을 최대한 확보해야 현지고객과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현지화 전략에 따라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개인고객 34만 명 가운데 91%를 현지인으로 확보했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412곳의 현지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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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19일 열린 베트남 호치민 안동지점 개점식에서 최재열 신한은행 부행장(오른쪽부터 셋째), 홍순창 호치민 부총영사(넷째), 휜 티 타오 호치민 5군 인민위원장(다섯째) 등이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신한은행> |
◆ 한동우, 신한은행 금융벨트 아시아로 확대
한 회장은 베트남법인처럼 현지화에 성공한 해외법인을 늘려 아시아 금융벨트 전략에 성과를 내려고 한다.
아시아 금융벨트는 신한은행이 현지은행과 경쟁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아시아국가들에 구축한 영업망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중장기적 시너지 창출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일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미얀마 등에 영업망을 두고 있다.
한 회장은 이곳의 신한은행 영업망을 강화하면서 인수합병이나 영업점 개설 등을 통해 새로운 아시아국가에 진출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한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해외진출지역과 사업영역을 확대해 글로벌사업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최근 취임사에서 “베트남과 중국 등 아시아 금융벨트를 중심으로 기존 영업망을 계속 강화하고 확대하면서 유망한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과 조 행장은 최근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 승인을 이끌어내면서 아시아금융벨트 구축에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2억5천만 명이 넘는 인구와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금융벨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신한은행은 2012년 현지은행인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를 594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인수작업이 약 2년 동안 표류했다.
한 회장은 지난 4월 초 조용병 행장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 인수승인에 필요한 주주 적격성 심사에 직접 참여했다.
조 행장은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 인수승인을 받은 뒤 “신한은행은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인도로 이어지는 동남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며 “이로써 아시아금융벨트 구축이라는 글로벌사업 전략을 한층 공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신한은행은 왜 동남아시아를 주목하나
한 회장은 올해 신한은행의 해외수익을 전체의 1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또 해외 16개 국가에 구축한 73개의 영업망도 18개 국가 82개 영업망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 회장은 동남아시아를 신한은행 해외진출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현지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우리나라 은행보다 훨씬 높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순이자마진률 1.58%를 기록했다. 2014년 4분기보다 0.09%포인트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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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은행장 |
반면 동남아시아 은행들의 평균 순이자마진률은 3~4%대에 이른다. 영업점을 개설한 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기간도 1~2년으로 국내의 약 3년보다 훨씬 짧다.
한 회장은 동남아시아가 다른 해외국가보다 현지영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고속성장하고 있다. 반면 금융체계 구축은 한국에 비해 뒤져 있다. 외국계 은행이 현지은행과 경쟁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동남아시아 신흥국가중 상당수는 외국계자본의 금융시장 진입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편”이라며 “납입자본금 규모도 큰 편이 아니라 현지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쉬운 편”이라고 진단했다.
◆ 미안마 실패에서 배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미얀마에서 실패를 맛봤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미얀마정부에 금융업 라이선스 신청서를 냈다. 현지 영업사무소를 지점으로 확대하려면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얀마정부가 한국계은행 대신 다른 나라 은행들에게만 라이선스를 허가하면서 신한은행의 시도는 무산됐다.
신한은행은 미얀마에서 현지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서진원 전 행장이 미얀마를 방문해 부총리를 만나는 등 영업확대에 힘을 기울였으나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현지화한 일본과 중국계은행들에게 밀렸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미얀마 금융업 라이선스를 재신청해 지점을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는 5500만 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약 8%만이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소매금융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신한은행은 미얀마 금융당국에 낼 현지영업 계획서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도 고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미얀마정부와 공동으로 918억 원 규모의 중장기 수출금융 지원계약을 맺기도 했다. 미얀마 현지에 농기계를 수입하는 대금을 지원하는 계약이다. 신한은행은 미얀마 농촌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