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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원 SKC 대표이사 회장 |
최신원 SKC 회장이 또 SKC 주식을 사들였다. 이번에만 열여섯번 째다. 최 회장은 최태원 회장 부재 속에 오너 경영권 지키기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각에선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3일 SKC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넉달 동안 열여섯번이나 SKC 주식을 샀다. 총 취득가는 18억 원 가량으로 지분율이 1.8%까지 올랐다.
1년 전부터 SK네트웍스 지분도 사들이고 있다. SK네트웍스 지분도 현재 0.4%로 지난해보다 2배가 늘었다. 주식매입에 들어간 돈만 80억 원이 넘었다. 지난 한 해 받은 SKC 연봉 52억 원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큰 금액이다.
◆ 최신원 회장, “주인의식”에서 나온 오너 일가 지키기
최 회장이 이렇게 갑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3일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을 열었다.
답은 간단했다. 사촌동생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구속 이후 대주주 일가를 위험에서 책임지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계열사 관리를 잘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말했다. 그는 “동생(최태원 회장)이 들어가 있으니까 형이 사는 것”이라며 “그룹 관리를 잘 해야 하기 때문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다.
최 회장은 “주인의식을 가져보라, 다른 이유가 있겠냐”며 그룹에 대한 애정으로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버지가 없어 보라, 누가 밥을 먹여 주냐”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는 최 회장 자신 스스로가 SK그룹의 남은 오너로서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향후 추가매입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돈 좀 줘 봐요(웃음)”라고 농담조로 말을 하며 호텔을 나갔다.
최 회장의 발언은 지난 2004년 ‘소버린 사태’를 염두한 것으로도 보여진다. 당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틈을 타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이 SK그룹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했다. 소버린은 바닥으로 떨어진 SK그룹 주식의 14%를 대량 매입해 1대주주로 등장했다. 소버린은 주식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협박하며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공격했다. 다행히 소액주주들의 도움을 받고 오너 일가는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위기상황에서 주식이 부족해 언제든 회사가 넘어갈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 1년전까지만 해도 팔았는데… 다시 사들이는 이유
최 회장은 불과 1년 전까지는 SKC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2012년 9월 처음으로 SKC 주식을 팔아 그해 12월까지 총 57만여 주를 매각했다. 지분율은 3.5%에서 1%대까지 추락했다.
당시 최 회장의 이런 행보에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최 회장이 2004년 처음 SKC주주로 올라선 이후 단 한 차례도 판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각의 원인은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SK텔레시스의 390억 원 유상증자에 180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는 도의적 차원에서 결정된 일이었다. 최 회장이 휴대폰 단말기 사업을 투자하다가 실패해 SK텔레시스 재무건전성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최 회장이 계열분리를 염두해 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C를 확실히 SK그룹에서 자신의 계열사로 분리해달라는 주장을 해왔다”며 “SKC 지분을 늘린 것은 이를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0년 SKC 회장 자리에 오른 뒤 10여 년이 넘게 SKC를 지배했다. 그러면서 차츰 독립경영과 의사결정의 자율권을 행사해 왔다. 이른바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 체제를 표방하며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졌다.
물론 최태원 회장은 38% 지분으로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한다. 또 ㈜SK는 SKC의 지분율을 42.5%나 보유하고 있다. 이번 주식매입으로 최 회장의 지분이 1.8%로 올라가 개인 최대주주지만 ㈜SK의 지분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SK그룹 전방에 나선다기보다 자신의 계열사에 대한 지분 장악으로 분리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SKC 관계자는 최 회장이 “2012년 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오너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SKC와 SK네트웍스뿐 아니라 다른 SK그룹 계열사 지분도 매입하고 있어 계열분리와 연관지어 설명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