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실적을 견인했던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유지될지 불투명해 시장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2019년 1월 호텔신라 신라면세점의 실적이 주목되고 있다.
1월 면세점 실적은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2018년만큼 유지될지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전자상거래법 발효 직후인 1~2월 면세점사업자 실적이 2019년 연간 실적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파악돼 시장이 연초 면세업 매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파악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월1일부터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효하겠다고 2018년 8월 발표했다. 이 법은 한국 면세점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보따리상과 대리상에게 세금을 물리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2019년부터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아직까지 면세점사업자 매출은 크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 보따리상을 규제하는 첫 분기를 맞았다”며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기존에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매출 흐름이 괜찮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텔신라가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최근 3개월 동안 산출한 호텔신라 목표주가는 기존 3개월 보다 7.72%가량 낮아졌다.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 등 때문에 호텔신라의 실적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25일 호텔신라 주가는 8만1100원에 장을 마쳤다. 호텔신라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이는 사드보복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았던 2017년 하반기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유지된다고 해도 올해 사업 전망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신규 시내면세점사업자가 2019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시내면세점사업자가 추가 선정될 수 있고 입국장면세점도 들어서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11월부터 면세점을 운영했는데 외국인 고객을 잡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워지자 송객 수수료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송객 수수료 인상으로 면세점업계의 비판을 받자 일정 금액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일정 부분을 다시 되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신세계면세점, 롯데면세점 등도 가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 신라면세점의 국내 및 해외 매장.
‘제 살 깎아먹기’식 마케팅이 강남권 면세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 면세점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파이를 나눌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호텔신라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획재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신규 특허요건을 대폭 완화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입국장면세점이 들어선다. 호텔신라 등 시내면세점사업자들의 경쟁이 한결 더 불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신라는 2018년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4조7137억 원, 영업이익 2091억 원 냈다고 25일 밝혔다. 2017년보다 매출은 34.1%, 영업이익은 186.1% 증가했다.
호텔신라의 화려한 실적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 등을 거치며 이 사장이 면세점사업 체질을 개선한 성과가 컸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이 사장은 2018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싱가포르 창이, 중국 마카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 등 글로벌 사업을 착실히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을 배가시키겠다”고 말했다. 2018년 처음으로 해외 면세점사업에서 연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면서 이런 약속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호텔신라가 2019년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의구심도 큰 만큼 이 사장의 면세점사업 체질 개선은 앞으로가 더욱 중요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