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희 두산중공업 재무부문 대표이사가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걸어가야 하는 길이 가시밭 투성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2조 원이 넘는 별도 단기차입금을 안고 있다. 당장 5월을 전후로 회사채 청구대금 1조 원 규모를 해결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00억 원가량에 그친다.
13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별도기준 단기차입금 2조6천억 원 가운데 순수 회사채만 1조2천억 원가량에 이른다.
4월27일 만기의 외화공모사채 6007억 원은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받고 있어 대출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5월4일 풋옵션(자산을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 행사가 가능해지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4998억 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이 2017년 4월 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 주가가 1만8천 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신주인수권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주가는 19일 3275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가운데 두산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이 보유한 920억 원을 제외한 4078억 원을 놓고서는 대부분 상환청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현금을 모두 활용해도 이 상환청구를 막을 수 없다다. 최 대표는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현금성 자산과 프로젝트 정산 대금, 자산매각, 추가적 자금조달 등을 통해 상환청구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대표는 자산매각 카드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이 해수 담수화사업을 진행하는 수처리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두산중공업은 부인하고 있다.
수처리사업을 매각하면 3천억 원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는데 기술과 사람이 중심인 사업이다 보니 정확한 가치 측정이 쉽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두산중공업이 사업 매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대표가 회사채의 신규 발행으로 상환청구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금리가 발목을 잡을 수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의 회사채를 등급을 BBB,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마저도 2019년 5월의 정기 회사채 평가때 매겨진 등급이다. 두산중공업은 그 때보다 재무부담을 더 강하게 안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2019년 1분기 말 2조846억 원에서 3분기 말 2조6385억 원으로 늘었다.
민간 신용평가사의 BBB 등급 아래는 BB다. 투자업계는 이 등급 이하의 채권을 정크본드(쓰레기 채권)라고 부르며 상환금리를 사모사채와 다를 바 없이 높게 책정한다.
최 대표가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만만치 않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5월 유상증자를 진행해 4718억 원을 확보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지주사격 두산으로부터 지분가치 2382억 원어치의 두산메카텍을 현물로 출자받으며 또 한 차례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유상증자를 거듭하면서 두산중공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바닥일 정도로 나빠졌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액면가인 5천 원보다 낮아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할 수 없고 주주총회에서 안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별도 부채비율이 186.1%다. 겉으로 보면 위기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이 기간 두산중공업의 별도기준 순차입금비율은 109.8%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남의 돈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얘기다.
두산중공업은 고정비부터 줄이기 위해 2월 26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그러나 신청자는 500여명에 그쳐 기대를 밑돈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앞서 10일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휴업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가 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최 대표는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겸직하고 있는데 어떤 수완을 보일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