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2020년도 현금배당 규모 등 주주환원정책을 두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금융지주사에 배당 확대 자제를 권고한 데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자본여력, 금융감독원의 라임펀드 제재심의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배당규모 놓고 장고, 금융당국 압박에도 주주환원 강화하나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그러나 신한금융지주가 금융당국 권고치를 넘겨 배당을 실시하고 분기배당도 도입하는 공격적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한다면 경쟁 금융지주사 대비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5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3월 초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2020년도 현금배당 규모가 결정된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경쟁 금융지주사가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현금배당 규모를 순이익의 20% 이내로 실시한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신한금융지주는 결정을 미뤘다.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만큼 현금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일이 더욱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5일 시초가 기준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3만36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약 23% 떨어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주가는 5%,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6% 내린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큰 편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자본 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올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유지하라는 권고를 내놓았다.

신한금융지주가 20% 이상의 높은 배당성향을 결정한다면 다른 금융지주사와 차별화된 주주환원정책으로 주가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배당계획에 변동이 발생한 만큼 3월 초까지 이사회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금융당국과 협의 등을 거쳐 현금배당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019년도 신한금융지주 배당성향은 약 26%였는데 올해는 2020년도 배당성향을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실시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사모펀드 주주 대상 대규모 유상증자로 전체 주식 수를 늘리면서 주식가치가 떨어진 만큼 이를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치를 넘는다면 금융회사가 권고사항을 넘어 자율적으로 배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공격적 수준의 배당이 실시될 가능성이 아직 유효하다.

신한금융지주가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하는 계획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국내 금융지주사가 분기배당을 실시한 사례는 없지만 신한금융지주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추진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분기배당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3월 초 이사회에서 주주환원 계획과 분기배당 도입 여부를 모두 결정할 것"이라며 "배당규모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가 공격적 주주환원계획을 발표하기 어려웠던 것은 금융감독원의 라임펀드 손실사태 제재심의위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25일 시작되는 제재심의위를 통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및 내부통제 부실 문제 등을 두고 징계수위를 결정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가 금감원의 배당 자제 권고보다 주가 부양에 우선순위를 두고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높은 수준의 배당을 실시한 뒤에도 코로나19 위기상황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 자본여력을 확보하는 일도 주주환원정책 실행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지주는 주가 5만 원대 회복을 그룹 차원의 중장기 목표로 두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떨어진 주가가 3만 원 초반대에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가부양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하면 배당 등 주주환원 강화기조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를 대상으로 1조1582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두 사모펀드가 사외이사 1명씩을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노용훈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